이제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하게 돼요. 저 역시 1주일에 1개씩 컬럼글을 써야할 때 무엇을 쓸까 생각이 많았거든요. 주제도 분량도 정해진 것이 없었는데 어려웠어요. 매주 읽어야 할 책이 있어서 처음엔 책 내용하고 관련이 있는 걸 쓰면 되겠지 했어요. 그런데 책을 제가 선정한 것이 아니라서 맘에 드는 책도 있었지만 별로인 책도 있었거든요. 맘에 들지 않은 책과 연관시켜 쓰려니 억지스럽고 제가 봐도 별로더라고요.
그러다 그냥 내 주변의 이야기를 써야겠다로 바꿨고 자연스럽게 아들 키우며 경험했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별로 어렵지도 않고 분량도 채워졌어요. 반복적인 일상에 별스러운 게 있을 리 없으니 어느 순간 쓸 내용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학교폭력 경험을 복기하면서 썼고 그러면서 치유의 글쓰기를 경험하고 책 출판까지 하는 귀한 글쓰기가 되었어요.
그럼 저처럼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데 평범한 사람은 무엇을 써야 할까요?
우선 가장 좋은 건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쓰는 거예요. 좋아하면 관심이 있고 그러면 그것에 대한 상식 이상의 내용을 알고 있죠. 일명 덕후라고 하죠. 이걸 컨셉으로 잡고 출판하는 시리즈 책이 ‘아무튼’이예요. 같은 출판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1인출판사를 차리고 출판업을 하던 중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질문을 시작으로 기획 회의를 했고 세 출판사가 의기투합해서 시작했어요. 책 가격을 낮추려면 문고판 정도로 판본이 작아야 하고 원고지 분량으로 400매 정도면 150페이지의 원하는 책 가격이 가능했죠. 그래서 표지 외 흑백으로 제작하고 9,900원에 99권 출판이 목표라고 해요. 처음엔 독립서점에서만 유통되던 것이 잘 팔리면서 2023년 9월 59권을 출판했어요. 원고투고가 들어오면 기획 회의를 하고 ‘이 책은 우리가 출판하겠다’ 하는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세 곳 중 어느 출판사든 투고해도 괜찮아요. 저도 ‘아무튼, 실’로 기획서와 꼭지글 몇 개를 써서 투고했는데 거절당했어요. 저 정도로는 덕후가 아닌 거죠. 만약 정말 좋아하는 것으로 원고지 400매 정도 쓸 내용이 있다면 ‘아무튼 시리즈’ 투고를 해보셔도 좋아요.
두 번째는 시대가 원하는 내용, 즉 트렌드에 적합한 것을 쓰는 거죠. 이건 트렌드를 읽는 감각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트렌드에 맞다는 건 유행이 지나가면 잊혀진다는 단점이 있어요. 누구보다 빨리 써야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죠. 하지만 마냥 무시하고 내가 좋아하는 걸 쓴다면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없어요. 인공지능이 인기지만 아는 것이 없으면 쓸 것도 없겠죠. 특히 요즘은 아는 정도로는 어렵고 그 분야에서 일을 했거나 경험이 있어서 글에 포함되어 있어야 해요. 정보는 검색만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지금 기획하고 있는 책이 있는데 ‘인문학자가 쉽게 알려주는 인공지능’이에요.
여기서 컨셉 잡기와 분야 정하기에 관해 이야기해볼게요. 저처럼 인공지능에 관한 글을 쓰겠다 마음먹었으면 뭐부터 해야 할까요?
시중 서점에 나온 책부터 찾아봐야 해요. 그리고 그 책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다루는 내용은 무엇인지 살펴봐야겠죠. 내가 쓰려는 내용이 이미 나와 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생각한 것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고 만약 출판물이 없다면 누구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니 글을 써도 별로일 수 있으니까요. 출판된 책과 내가 쓰려고 하는 내용이 다른 점이 하나도 없다면 쓸 필요가 없을 테지만 만약 차별점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겠죠. 저 역시 시중책들을 살펴보니 그 분야 전문가가 인공지능의 개념부터 원리를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알려주고 있었어요. 하지만 일반인들이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자도 아닌데 그 원리까지 알려고 할까 싶었고 오히려 활용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을 것 같았어요. 인공지능 프로그램 활용 역량 강화 강의하며 수강생들이 어떤 것은 관심이 있고 어떤 걸 어려워하는지 알았거든요.
그래서 내가 쓰려고 하는 글의 콘셉트와 유사한 샘플북을 찾는 것이 도움이 돼요. ‘아~ 이렇게 구성하면 되겠구나. 나는 이것보다는 요렇게 바꿔야겠네.’ 등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거든요.
내가 좋아하고 트렌드에 적합한 것이 맞아 떨어지면 정말 좋겠는데 말처럼 쉽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럼 차선으로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것들을 찾아보세요. 제가 쓰고 있는 글쓰기도 그런 분야고 (시중에 정말 많은 글쓰기 책이 있죠) 건강, 취미도 포함되겠죠. 이런 분야는 독창성이 있어야 된다는 건 당연해요. 그만큼 많이 다뤄졌기 때문에 기존에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들을 해야 하는 거예요. 이것저것 다 생각하면 글을 쓸 수 없어요. 그러니 첫 번째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찾아보고 써보세요. 무엇이든 좋아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