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는 멋쟁이, 제인 오코너
....
우리 가족은 뭘 통 몰라.
난 레이스 달린 양말을 신으면 공을 더 잘 차.
예쁜 장식이 달린 이쑤시개로 먹으면 샌드위치가 훨씬 더 맛있어.
....
(낸시는 멋쟁이, 제인 오코너)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다 삶의 풍미를 아는 멋쟁이를 발견했다. 디즈니 TV 프로그램에서도 언뜻언뜻 보아왔던 주인공 캐릭터인데, 아이와 함께 '낸시는 멋쟁이'를 찬찬히 읽어보다 무릎을 탁 쳤다. 아, 이 아이 멋을 아는 아이구나. 아주 작은 변화로 평범한 일상을 특별함으로 바꾸는 멋 말이다.
멋진 프랜치 레스토랑이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화 예약을 한 적이 있다. 아이와 함께 동반하겠다 했더니 정중히 사양을 한다. 아이 동반은 불가능하다고... 아이가 생기면서 (특히 두 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특별한' 이벤트에 제약이 많아졌다. 여행지나 가까운 나들이도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곳으로 골라야 했고, 간단한 외식도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맵지 않은 메뉴로 골라야 한다. 심지어는 엄마의 옷차림도 아이들과 함께 하기 편한 옷차림으로 골라야 한다. 엄마의 삶에서 '멋'이란 잠시 미뤄둬야 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멋쟁이 낸시를 보며 '아하'하고 깨달았다고나 할까. (어른들도 아이들의 동화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일상의 멋은, 특별한 데서 오는 것이 아니었다. 샐러드에 얹은 몇 알의 아몬드처럼, 한 두 방울 톡톡 뿌린 트러플 오일처럼, 아주 작은 더하기만으로도 삶에 풍미를 더할 수 있다.
며칠 전 맘에 드는 그림 액자를 주문했다. 주방 한 구석에 그림을 걸었더니 아이 아빠가 의아하게 묻는다.
"거기 걸면 아무도 안 보일 텐데...?"
"내가 보잖아~"
흡족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봐줄 필요도 없었다. 설거지하며, 또는 오며 가며 슬쩍슬쩍 보이는 그림만으로도 마음이 풍요로워졌다. 이게 바로 내 삶에 풍미를 더하는 일이라고 혼자 되새기며 행복해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집안일을 하는 것이나, 아무도 보지 않는 못생긴 발가락에 예쁜 색깔의 매니큐어를 발라보기도 한다. 내 일상에 톡톡톡 마음에 흡족한 것들을 뿌려놓는 것들이 쌓여 내 삶에 풍미를 만들어준다.
바쁜 아침,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전 신발장 앞을 꾸물댄다. 이 신발, 저 신발을 들었나 놨다 하더니, 흡족한 얼굴로 하나를 골라 신는다. 아이 나름대로 오늘 입은 옷에 어울리는 신발을 고르는 것이다. 늦을까 염려되는 마음 한편으로 아이의 모습이 재밌었다. 짜식, 너도 멋을 좀 아는구나.
사진 출처 > Photo by Brooke Lark on Unsplash / Taylor Kise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