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자 삶에 대해서 들어보셨어요?
사람 사는 방식은 'ㄱ'자 삶이 있고, 'ㅎ'자 삶이 있지요. 못 들어보셨다고요? 그러셨을 거예요. 어디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제 억지이니까요. 그 억지 한 번 들어보시겠습니까.
세상에 많은 단어 중에 ㅎ자로 시작하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하하, 호호, 히히' 등 웃음소리가 먼저 떠오릅니다. 문자나 댓글에서 가장 많이 쓰는 'ㅎㅎ' 도 순수히 ㅎ자로 구성되어 있네요. 단어에는 어떤 것들이 떠오릅니까? '행복, 행운, 호흡' 등의 단어가 떠오릅니다.
ㅎ자는 훈민정음 맨 마지막 글자이니 가장 앞에 있는 ㄱ자를 볼까요. ㄱ자 하면 떠오른 것은? '가족, 건강, 경제'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어쩌면 이 세 단어가 한국 사회에서 우선순위 중 가장 앞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걱정, 근심, 격정, 격분'이란 단어들도 ㄱ자로 떠오르는 단어들입니다. ㄱ자는 약간 격하거나 딱딱한 단어도 많이 생각나네요.
ㄱ과 ㅎ의 모양을 한번 비교해볼까요. ㄱ은 두 개의 직선이 직각으로 연결되어 있지요. 각을 세운 글자입니다. ㅎ은 두 개의 선 아래 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ㄱ과 ㅎ에서 각과 원의 차이가 보이네요.
ㄱ과 ㅎ을 발음해 보시겠습니까? ㄱ은 음이 들이마시면서 내 안으로 들어와 어느 곳에 꽉 멈추어야 소리가 납니다. 반면에 ㅎ은 입술을 가볍게 열고 소리를 천천히 내쉬면서 바깥으로 퍼져야 소리가 나지요.
언어학자께서 혹시 이 글을 보시고 무슨 억지냐 하시면 제가 더 이상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언어나 음성학의 문외한인 제가 ㅎ과 ㄱ에 대한 개인적 느낌을 이야기 중이니까요. 아니 사실 억지를 펴고 있습니다.
저는 명상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해 본 명상 중에서 기분을 평온하게 하며 기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것은 '미소 명상'입니다. 같은 이름의 명상도 있는 듯싶은데, 깊은 내용은 잘 모르고, 그냥 제가 숨 쉬면서 미소 짓는 것에, 그렇게 나름대로 이름을 붙여 보았습니다. 즉 호흡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미소를 짓는 것이지요. 주로 '헤~~' 하며 약간은 바보스러운 미소 지으면, 마음은 정말 순진한 바보처럼 평온해지고, 얼굴은 미소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외수의 <마음에서 마음으로>에 바보의 웃음에 대한 글이 나옵니다.
'우리가 바보를 보고 깨달아야 할 게 있는데, 바보는 늘 웃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교수가 더 많이 웃고 사는가, 바보가 더 많이 웃고 사는가? 대학교수보다 바보가 몇 배나 더 많이 웃으며 산다. 머리를 많이 쓰면 행복하기 힘들다. (중략) 내 눈에는 바보들이 현자로 보인다. 그들의 모습에서 정말 많은 걸 배운다.'
바보가 왜 행복해 보이나요. 혹시 항상 '헤헤' 하고 있어서 아닐까요? '헤~'를 하는 동안은 밖으로 내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이 아는 것도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 내어줄 수 있는 것은 '헤~'하는 내쉼에 담긴 미소일 수밖에 없겠지요. 당신 스스로 바보라 지칭하셨던 김수환 추기경도 '헤~'하는 바보 웃음을 잘 짓곤 하셨지요.
반면에 바보보다 몇 배 더 똑똑하고 아는 것이 많은 교수는 바쁘게 무엇인가를 더 읽고 머리에 더 담습니다. 그래야 탁월한 연구도 하고,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으니까요. 교수는 남에게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니까 의미 있는 일을 하지요. 그런데 머릿속에 지식을 담고 자기 것으로 만들기만 한다면, 즉 내쉬지 않고 들이 담기만 한다면 그 교수는 'ㄱ'자 삶을 사는 것이겠지요. ㄱ자로 시작하는 '교수'라는 단어처럼 ㅎ자 내쉼의 미소를 짓지 못해 홀로 머리가 지근지근 아플 수밖에 없지요.
ㄱ자 삶과 ㅎ자 삶. 어쩌면 훈민정음 맨 처음과 맨 끝처럼 다르게 느껴집니다. 두 글자 모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삶 속에서 혹시 우리 삶이 ㄱ자로만 너무 치우치지 않고 있는지 가끔 '헤~~' 내쉬는 바보 미소 명상을 하시며 ㅎ자 삶도 생각해 보시지요.
'ㅎ'자 삶에 대한 억지스러운 글로 귀한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오늘도 ㅎ자를 많이 내쉬어 행복한 하루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