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몇 방울의 비가 내리더니
습한 기운으로 에어컨 바람이
그다지 시원한 줄 모르겠다.
이글대는 태양이 머리 위를 향하는 한 낮시간이면
사위는 고요하고 개 짖는 소리조차 힘을 잃어 가지만
여름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놀거리를
찾아 나선다.
어른 키 이상으로 자란 옥수수밭과
그 뒤로 펼쳐진 콩밭에서
아이들은 전쟁물자를 노획한다.
옥수수수염을 따다
턱 밑에 붙이고
콩잎을 따다 어깨에 붙이고
전쟁놀이를 하다 금세 지치기라도 한 듯
이번에는
구멍 뚫린 옥수수 껍질 속에서
낯선 생명체를 발견해 내고는 환성을 지른다.
옥수수 껍질이 벗겨지고
통통하게 물이 오른 하얀 빛깔의
옥수수 벌레가 드러난 햇볕에
깜짝 놀란다.
벌레 구멍 입구에는
의례히 옥수수 색의 벌레 분비물도
동글동글 수북하다.
버드나무조차 더위에 지쳐 누운 한낮이 이어도
아이들은 또랑 웅덩이 이곳저곳에 웅크리고 앉아
송사리를 잡는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옥수수 벌레에
쥐꼬리새 풀을 낚시 줄 삼아
또랑 물에 던 지 넣으면
송사리 떼가 까맣게 몰려든다.
쥐꼬리새 풀에서 고사리 손에 전달되는 울림이
부둣가에서 꽁치 낚시하는 느낌 같다.
한 마리 한 마리 잡아 올릴 때마다
비늘이 반짝 빛을 낸다.
꽁치가 낚시 바늘에 걸려
허공을 가로지를 때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