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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혜 Jan 02. 2019

개인의 취향

파리에서 담배를 핀다는 것

파리는 그야말로 흡연자들천국이다.

길거리에서도 카페에서도 공원에서도 어디에서든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성인의 손에는 남녀 할 것 없이 자연스레 담배가 들려있다.


가장 충격적이였던건 유모차에 아이들 태우고 길을 걷는 부모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또 나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파라사람들 그 누구도

그 모습이 부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없었던 듯하다.


담배를 핀 후에 담배꽁초는 아무 곳에 아무렇게나 툭 버리기도 한다.

에펠탑 앞 공원의 잔디밭 사이사이에 담배꽁초가 끼워져 있는 일은 당연하고

길거리마다 담배꽁초가 맥없이 버려져 있는 일도 흔하다.

노천카페에 의자와 테이블 밑에 버려진 담배꽁초도 일상이다.

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흔하지 않은 한국에서 온 나로서는,

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렸다간 날카로운 눈총을 받는 한국에서 온 나로서는,

거리에, 잔디밭에 버려져있는 담배꽁초가 당연하지 않은 순간들이었다.

이들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시민의식'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오지랖인 것 같은 느낌이다.


파리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비흡연자인 나에게는 그래서 조금은 고통스러운 곳이기도 하다.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걸 고맙게 생각해야 할 정도니까.


그렇다고 파리의 담배값은 결코 저렴한 것도 아니다.

보통 7유로에서 9유로 정도인데 직접 만들어서 피는 담배는 그보다 조금 더 저렴하다.


언젠가 센 강에서 담배를 만드는 여자를 본 적이 있다.

조심스럽게 담배를 말아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비집고 나온 혀로 침을 묻혀 담배를 이은 후

탁- 라이터를 켜고 담배를 피웠었다.

빨간 메뉴큐어를 바른 가녀린 손가락 사이에 들려있던 흰 담배가 굉장히 시크하고 섹시하게 느껴졌었다.

그 모습을 본 후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긴 했었지만 담배 냄새도 잘 못 맡는 나에게는 역시 무리였다.


파리의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친구와 베르사유 궁전을 함께 갔을 때 일이었다.

베르사유 궁전 안의 공원에서 친구가 자연스레 담배를 피우려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여기서 담배를 피워도 되냐고 물었더니 친구는 나의 물음을 의아해하며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길거리나 공원에서 담배 피우면 벌금을 물어. 금연 건물도 대부분이야"

"뭐라고? 대체 왜?"

"음... 국민의 건강과 모두의 공익을 위해서?"

"말도 안 돼! 담배는 개인의 취향이야~ 그걸 국가에서 통제한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

"그럼 흡연자들은 어디에서 담배를 피워"

"지정된 곳에서 담배를 필 수 있지. 길거리에 흡연부스가 따로 있어"

"와우~ 난 절대 한국은 못 가겠다"


결국 친구는 담배를 다시 주머니 속으로 넣었고 비흡연자인 나를 배려해 고맙게도 나와 있는 동안은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파리 사람들은 왜 그렇게 담배를 피우는 걸까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라고 하기에는 집착처럼 느껴진 적도 있었다.

아마도 흐리고 축축하고 을씨년스러운 날씨가 많은 파리에서 작은 위안을 찾고 싶어서일까?

차가운 파리에서 어떠한 작은 온기라도 느끼고 싶어서일까?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 누군가에게 당연하지 않게 다가올 때가 있다.

'기준'이라는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이다.

우리 모두에겐 개인의 취향이 있으니까. 그 취향의 기준 역시 개인의 취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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