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작가 이힘찬
내 일부를 포기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래전의 나는, 그랬다.
내가 힘들어져야만 더 진솔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래전의 나는, 그랬다.
그런데 꼭 그래야만,
사랑인 것은 아니었다.
내 하루 속에서,
내 삶 속에서,
당신을 느낄 수 있다는 것.
당신의 하루 속에,
당신의 삶 속에,
내가 머물 수 있다는 것.
그런 하루 그런 삶이. 참,
고마운 사랑이라는 것을. 참,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을.
지난 세월 속 언젠가,
당신의 하루를 바라보며,
나는 그 사랑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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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노트북을 펼쳤다. 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고.
나는 전날 밤에 잠을 못 잔 탓인지,
아메리카노를 한 번에 마셨음에도
졸음이 몰려와, 그대로 엎드렸다.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잔잔한 클래식 소리와,
그녀의 일하는 소리.
틱틱, 티딕틱틱, 틱 탁.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
지익 지익, 지이익, 탁탁.
마우스 휠을 돌리는 소리와
버튼을 누르는 소리.
잔잔한 클래식과는 참
안 어울리는 소리였는데.
졸음이 몰려오는 나에게도 참
안 어울리는 소리였는데.
단둘이 다정하게 카페에
앉아 있다는 것과도 참
안 어울리는 소리였는데,
그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눈을 감고 엎드려 있었지만,
내 귀로 들리는 당신의 일상이,
참 좋았다.
옆에 있고 싶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일상을 함께 한다는 게
이런 거였구나.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이도
당신이 너무 좋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서.
나는 눈을 감고 엎드린 채,
감은 두 눈 속 검은 세상에
당신의 하루를 그리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