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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힘찬 Jan 09. 2018

서두르지 말아요

그림에세이 프로젝트 #5

골목길에서, 작은 고양이를 만났다.
반가워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슬쩍, 다가가기도 전에
훌쩍, 멀리 도망가버렸다.

그리고 저어 멀찌감치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기에,
나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얌전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서로 바라보기만 5분,
아니 10분쯤 흘렀을까, 그 고양이는
슬금슬금 나에게 걸어왔다.

그리고는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내 앞에 몸을 기댄 채, 웅크리고 누웠다.
쉼을 취하는 것 같았다.

사실 다리가 조금 저렸지만,
혹시 고양이가 놀랄까 싶어
그냥 그대로 조금 더 쉬라고,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렀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도
섣불리 다가서지 않고,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아빠 다리를 한 채로,
기다린다.


-

내가 세상에 닿아야 할 때가 있고,
세상이 내게 닿아야 할 때가 있다.







글쟁이x그림쟁이

그림에세이 프로젝트
이힘찬 쓰고, 너굴양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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