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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경 Jan 07. 2024

언제든지 도쿄에 다시 와 – 시부야 차테이 하토우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 08.

- 차 례 -

1.연말과 새해, 나이 먹는 것도 속상한데.

2.차테이 하토우, 또 갔냐고요?

3.추가 여행 정보(시부야 카페 차테이 하토우)

 



도쿄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 주변. 언제나 붐빈다.

1.연말과 새해, 나이 먹는 것도 속상한데

-

아직 여름을 벗어나지 못했던 도쿄의 9월을 지나 부산에서 연말을 맞이했다.

올해의 고된 일은 말끔히 잊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고픈 사람들이 가득한 연말과 새해. 날씨가 추워도 마음만은 따스한 시기지만 내 마음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다. 형용하기 쉽지 않은 마음을 어렵사리 단어로 표현하자면 ‘재수 없다’가 적당했다. 재수 없다는 말을 입에 담으면 진짜 재수가 없어지는 듯해 섣불리 말하지 못했지만, ‘재수 없다’의 사전적 의미인



1.운수 따위가 순탄하지 못하고 나쁘다.

2.마음에 들지 않고 기분이 나쁘다.



1번 혹은 2번의 뜻이 묘하고 우중충하게 들어맞는 일이 연말과 새해에 펼쳐졌다.


불행의 첫 스타트는 12월 31일, 부모님과 함께한 초밥집이었다. 평소 집에서 시간 보내기를 즐기시는 아빠를 데리고 나온 엄마와 내 주머니 사정을 고려했을 때 결코 저렴하지 않은 부산 광안리의 초밥집으로 향했다. 연말이기에 돈을 들여 효도하기로 다짐하고 한 달 전부터 예약한 곳이었다.


하지만 아빠 정도의 나이가 되면 이유 없는 역정, 편협한 사고에서 발생하는 부정적인 의견을 표현하라고 전두엽에서 명령이라도 내리는 걸까? 아빠의 연말 분위기를 망치는 비난이 끊이지 않았다.


연말이지만 도로에 차가 빽빽하게 차지 않았다. 간이 알맞게 된 초밥은 따뜻했고 직원의 설명은 차분했다. 전복찜으로 시작해 장어로 마무리되는 초밥 코스의 구성도 나로서는 만족스러웠다. 그럼에도 아빠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만을 토로하셨다.


차가 밀리는데 광안리까지 나와야 하냐, 초밥을 먹고 꼭 저 카페까지 가야 속이 시원하냐, 초밥에 물기가 흘렀다 등등. 물론 한 번이 아니다. 같은 불평을 세, 네 번은 반복하셨다.


결국 요리사가 초밥을 만들 때 밥을 맨손으로 만져서 불청결하다는 상식을 뛰어넘는 비난에 내 가슴속에 쌓이던 스트레스가 용암처럼 들끓는 게 느껴졌다. 초밥을 맨손으로 만들지 비닐장갑을 끼고 어떻게 만드나요. 수더분하게 적당히 무시하면 좋았겠지만 여린 마음은 이미 상처받았다. 집에 오면서도 나를 아파트까지 데려다줘야 한다고 툴툴대는 아빠에게 그냥 길가에 던져 놓고 가라며 웃음 섞인 농담을 던졌지만 이미 마음은 완전히 상했다.


아빠가 먼저 가버린 후 엄마는 아빠가 심술궂게 말해도 다른 사람에게는 아내, 딸과 함께 비싼 초밥을 먹으러 갔다고 분명 자랑할 거라며 나에게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걱정 어린 표정으로 건넸다. 효도하고 싶은 마음에 괜찮다, 나도 재미있었다는 새빨간 거짓말을 건넨 후 작별 인사를 하고 나 혼자 사는 집, 보금자리로 향했다. 사실 가족 앞에서는 아니꼽다는 듯이 말하고, 못되게 말해 놓고 다른 사람에게는 내 딸이 이렇게 해줬다, 저렇게 해줬다 칭찬했다는 말을 들어봤자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칭찬하고 사랑한다는 말은 그 사람 앞에서 말해줘야지.


저러한 말투는 닮지 않을 거고, 내 대(代)에서 끊어버려야겠다. 나의 자식이 생긴다면 고맙다는 소중한 마음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사람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리라고 다짐하며 집에 왔는데, 두 번째 불행이 도사리고 있었다.




불행의 서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2월 31일, 새해 하루 전날에 내가 사랑하고 응원하는 배구팀이 육천 명 이상의 관중이 자리한 홈 경기장에서 헛웃음이 나오는 경기력으로 3:0 패배했다(배구에서 3:0은 단 한 세트도 이기지 못한 최악의 점수다). 만약 그대가 스포츠에 관심이 그다지 없다면 그깟 공놀이에 왜 일희일비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도 불과 몇 년 전에는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좋아하는 스포츠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자신이 사랑하는 선수가 있다면 그깟 공 하나에, 그깟 한 점에 가슴이 터질 듯 쿵쾅거리며 요동친다. 경기에서 지면 꿀꿀한 기분이 며칠간 이어지기에 매운 음식을 먹고 애써 정신을 차려서 일한 적도 부지기수다.


요즘에는 선수들이 워크에식 있는 경기를 선보일 때 경기에 지더라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어)’라는 응원을 보내는 팬도 많다. 하지만 12월 31일에 본 건 도무지 칭찬의 ‘ㅊ’도 꺼낼 수 없는 팀워크가 실종된 경기였다. 단 한 세트도 빼앗지 못하고 맥없이 무너지는 모습에 경기장 관중석은 초상집 분위기가 되었다. 내가 사랑하는 선수는 애써 괜찮은 듯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승부욕이 강한 성격에 얼마나 속이 타들어 갈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졌다.

붐비는 저녁의 시부야역.

그래도 기운을 차리자. 1월에는 일본 여행을 떠날 거니까. 몇 주 전부터 생각해 오던 일본 도쿄 여행을 실현하기 위해 1월 초에 떠나는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1월 1일에 예약했다. 예약한 뒤 일본인 친구 유카 언니와 만나기로 하고 한국, 일본, 해외 업체 여러 곳에 여행하는 동안 업무를 받기 어렵다는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이때부터 세 번째 불행이 시작되었다.


비행기 티켓을 끊고 나서 들뜨는 마음은 느껴본 자만이 안다. 만화에서 하트 모양 심장이 튀어나오는 연출처럼 심장이 두근거려서 그대로 밖으로 나올 듯한 기분. 하지만 떨리는 기분을 만끽한 지 세 시간이 채 지나기 전에 새해부터 일본에 지진이 일어나고 쓰나미 경보가 발령되었다. 지인들이 올려주는 실시간 일본 뉴스 화면에는 ‘にげて(도망쳐)’라는 글자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일본인 또는 일본에 사는 한국인이 일본 지진에 대해

"한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하면 대부분 어떤 반응을 보여? 일본도 비슷해. 지진이 일어나도 무던한 사람이 많지."라고 말하는 모습을 꽤 여러 번 보았다. 지진이 일어나도 웬만하면 끄떡없다는 같이 일하던 더벅머리 일본인 직원의 단호한 말투도 아직 기억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진과 함께 쓰나미 경보까지 발령되면서 긴장감이 한층 더 고조되었다. 1월 1일은 한국도 연휴였기에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여행 커뮤니티에서 상황을 묻는 데 급급했다. 내가 가려고 한 도쿄와 진원지는 거리가 멀었기에 도쿄에는 얕은 지진과 여진 정도가 있었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았을 때 무리하기보다는 다음에 여행을 갈 기회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여 너무나 안타깝지만 비행기 티켓과 호텔을 취소했다.


여행이 취소되었다며 입을 삐쭉 내밀고 툴툴댔지만 깊이 생각해 보니 지금 일어난 건 자연재해였다. 개인의 안타까움을 불평하기 전에 모두의 안전을 기도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반성했다. 그러나 머리로만 이해하고 실제로는 못내 아쉬웠는지 나도 모르게 마음에 무거운 돌을 매달아 강으로 던져버린 듯 쭉쭉 기분이 가라앉았다.


세 번째 불행까지 이어지고 여기에 새해와 연말이라는 들뜬 분위기가 자신이 겪은 상황과 반비례하면서 기분은 걷잡을 수 없이 최악으로 치달았다. 심지어 새해에 해가 떴을 때는 예정일과 다른 날인 1월 1일에 여자들이 한 달에 한 번 겪는 그날이 시작되는 바람에 아침 댓바람부터 배가 아파서 동동거리며 집안을 어슬렁댔다.



새해부터 나이 먹는 것도 속상한데 왜 이런 실패를 겪는 걸까.





2.차테이 하토우, 또 갔냐고요? 


차테이 하토우(茶亭羽當). 더운 여름에 방문한 이 커피숍도 첫 만남은 그다지 달갑지 않았다. 우연히 여행 에세이에서 차테이 하토우를 접했을 때 이름이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단정하고 예쁜 찻잔에 호기심이 일어 처음 방문하게 되었는데, ‘재수가 없었다’는 결단코 아니었지만 명성에 비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카페’를 경험하지는 못했다.

차테이 하토우 입구. 고풍스러운 분위기.

약 4년 전, 코로나가 만연하기 전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우왕좌왕 정신없었다’. 커피숍의 마스터가 우왕좌왕했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여행 중에 업무 폭탄을 맞아 정신이 쏙 빠져 있었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궤도에 오르던 시기였기에 요령 없이 일을 받다 보니 정작 쉬어야 할 여행지에서도 노트북을 두드리며 일을 하고 있었다. 이때 고생하면서 프리랜서 지식 하나를 습득했다. 여행지에서는 신기하게도 업무 연락이 더 많이 오니 업체에는 여행 전에 업무 불가 연락을 해서 양해를 구해둘 것.


무거운 노트북에 짐은 어쩜 그렇게 쓸데없이 많이 들고 다녔는지, 손님으로 북적이는 커피숍 안에서 양손에 짐을 들고 허둥대자 옆에 앉아 있던 모자를 쓴 푸근한 인상의 할아버지가 감사하게도 짐 놓을 자리를 찾아주셨다. 마스터가 드립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카운터석에 앉았지만 도무지 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노트북을 펼쳐 작업했고, 손님이 많아 다닥다닥 붙어 앉은 1인용 좌석에서 일하자니 눈치가 보여 뜨거운 커피를 금방 다 마시고 나와버렸다.


적당한 산미에 목 넘김이 좋은 커피. 가장자리만 붉은색으로 칠해진 여리여리한 느낌의 찻잔. 새끼를 꼬아놓은 듯 유니크하게 디자인된 스푼의 아름다움조차 느끼지 못한 채 차테이 하토우를 떠나버렸다.


오직 ‘정신없다’는 감상만이 남은 차테이 하토우. 하지만 코로나라는 거친 파도를 거쳐 4년 후 9월 여름, 시부야에 발걸음한 나는 늦을까 봐 영업시간까지 확인하며 다시 차테이 하토우로 향했다.




언제나 맛집에서든, 카페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마음이라는 사막에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시원한 단비와 같은 신선함과 긍정적인 자극을 바랐다. 진부하거나, 거슬리거나, 기억에 남지 않는 곳은 다시 방문하지 않았다. 사람을 사귈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처받으면서까지 맞춰주고 싶진 않아서 잠시 가까워졌다가 실망하면 한 번만 보고도 멀리하기 일쑤였다. 나는 실패를 지독히도 피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과거에 실패했음에도 한 번 더 경험해 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한 번 더 만나 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어떠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듯한 강렬한 느낌이 드는 곳이거나, 처음에 실패했어도 실패를 통해 무언가를 깨닫고 얻게 되는 경우도 분명 존재했다.


차테이 하토우도 머릿속에 또다시 가고 싶은 커피숍으로 각인되었나 보다. 첫 만남은 정신없이 마무리되었지만 조명이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커피숍 내부, 왁자지껄한 손님과 조용히 커피를 즐기는 손님의 조화, 무심하게 커피를 내리는 마스터의 간결한 움직임, 고풍스러운 고동색 의자와 테이블이 9월 여름 도쿄 여행 때 다시 떠올랐다. 첫 방문 때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도 이런 잔상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니. 다시 찾아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시부야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골목길로 몇 걸음 들어가서 갈색 팻말에 커피(珈琲), 차테이 하토우(茶亭羽當)라고 적힌 이 커피숍에 들어가 보자. 도로변에 있지 않고 입구도 화려하지 않은 편이라 처음에는 한산한 커피숍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낡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람들의 말소리가 두런두런 들리기 시작했고 더 깊숙이 들어가니 멋쟁이 손님들로 꽉 차 있었다.


생겨난 지 35년이나 되었지만 낡고 오래된 점이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해 역설적으로 트렌디함까지 느껴지는 곳. 오래간만에 방문했음에도 따뜻한 빛깔의 조명 덕분에 매주 놀러 가던 커피숍에 온 듯한 아늑한 기분이 들었다. 익숙하게 카운터석에 앉자 나를 보던 마스터가 설명을 위해 외국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일본어로 주문하겠다고 말하니 바로 일본어 메뉴판을 보여주었다(영어 메뉴판도 있다). 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아이스커피를 주문하고 케이크가 있는지 물었다. 마스터가 잠시 살펴보다가 한 종류만 남았다기에 덥석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저번에 먹지 못한 디저트도 꼭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차테이 하토우는 각양각색의 찻잔이 벽지처럼 진열되어 있다. 똑같은 색에 같은 로고가 박힌 컵이 일렬로 놓여 있는 여느 커피숍들과 달리 다채로운 컵 중에서 고객에게 어울리는 잔을 골라 담아준다. 하늘색, 연두색, 노란색… 다양한 색상과 정교하고 세밀하게 디자인된 컵은 평소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기에 일상에서 한 발짝 벗어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뜨거운 커피만 이러한 잔에 담아주기에 아이스커피는 투명한 유리잔에 받았다. 뜨거운 음료를 주문한 첫 번째 방문 때는 작고 아기자기하면서도 단아한 잔에 받았다. 이렇게나 예쁜 잔에 커피를 받다니 저절로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다. 첫 번째 방문 때는 정신이 없어 느끼지 못한 감정을, 이제야 되새기고 느꼈다.

차테이 하토우를 장식하는 컵들.

정면으로는 찻잔이 보이지만 뒤를 돌아보니 가게의 진중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에 맞춰 꽃꽂이한 듯한 식물들이 보였다. 커피숍 안에 마련된 초록빛 자연에 잠시 시선을 뺏겼다가 다시 앞을 보니 마스터가 나의 커피를 만들고 있다. 처음 방문한 그때도 지금도 마스터는 양복을 입고 있었고 무표정으로, 익숙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손놀림으로 커피와 케이크를 내놓았다. 화려한 움직임 없이 물 흐르듯이 만드는 모습을 보고 과연 맛있을지 궁금해졌다.

나도 모르게 젤리처럼 입에 머금었다가 삼키게 되는 달콤하면서 매력적인 캐러멜 맛의 아이스커피. 산미가 너무 강하지도, 무겁지도 않아서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어울렸다. 더위를 식히려고 아이스커피를 주문했지만 한 입 마시자 ‘더위를 식히기 위한 음료’가 아닌 ‘한 입, 한 입 음미하며 웃음 짓는 음료’가 되었다. 옆의 블루베리 소스가 듬뿍 올라간 물컹한 치즈 케이크와는 어찌나 찰떡궁합인지 금세 다 먹어 치워 버렸다. 고소하고 텁텁하지 않은 치즈 케이크, 입에 까끌까끌하게 남는 것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아이스커피, 1989년부터 이어져 온 차테이 하토우의 분위기가 완벽하게 삼위일체를 이루었다.


사실 커피숍은 기본인 ‘커피’, 함께 곁들이는 ‘디저트’로 고객의 입맛을 만족시키면 재방문 손님, 즉 단골손님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커피숍에서 일해본 전지적 김연경의 시점에서 보면). 무뚝뚝하지만 뚝심 있게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마스터와 이를 돕는 직원들, 커피숍이라는 또 하나의 안락한 공간을 마음껏 즐기는 손님들이 가득한 차테이 하토우에서 나 또한 과거에 제대로 즐기지 못한 기억, 정신없었던 기억을 깨끗이 잊고 치유했다.



차테이 하토우에 다시 올 마음가짐과 기회가 있었음에 감사했다.

차테이 하토우에 다시 오기를 잘하였다.



차테이 하토우처럼 내가 다시 발걸음하고 싶다는 마음가짐과 기회만 있다면, 새롭게 맞이할 용기만 있다면 실패해도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졌다.


새해와 연말, 자신이 겪은 실패의 서사는 길었다. 마음을 달래 보려 도쿄 여행을 못 가게 되었다면서 친구에게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일기장에 슬픈 감정을 여실히 담은 글도 썼다. 그러나 마음 한편이 욱신욱신하게 쑤시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역설적으로 이런 생각에 도달했다.


“내가 이렇게나 일본 여행을 좋아했구나. 몰랐어.”


여행에 실패하고 나서야 알았다. 일본 여행에 얼마나 간절했는지.


일에 시달리면서 차테이 하토우에 처음 방문했을 때도 실패라고 느꼈지만 커피숍의 잔상이 남아 두 번째 방문으로 이어졌다.


연말의 가족 식사와 배구 경기도 실망하고 실패라고 여겼지만 마음을 추스르며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 궁리했다.


또다시 실패라는 맛없는 열매가 피어나더라도, 옆에 함께 자라난 깨달음이라는 새싹을 희망 삼아 다시 나아가리라. 다시 일어나 한 뼘, 한 뼘씩 서서히 내 마음이 기우는 쪽으로 걷다 보면 언젠가 나에게도 행복이 찾아오리. 이것이 내가 잘 사는 길로 이어지지 않을까.




애써 계획한 일본 여행은 후일을 기약하게 되었다며 속상해하는 나에게 유카 언니가 말했다.


"일본도, 나도 도망가지 않으니 언제든지 다시 와."


기회와 마음만 있다면 원하던 겨울에 다시 도쿄로 향할 수 있다.

나에게 기회와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지 무슨 일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3.추가 여행 정보

차테이 하토우, 아이스커피와 블루베리 케이크

https://blog.naver.com/inpikaaa/223304622685

블로그도 있어요: https://blog.naver.com/inpikaaa

인스타그램도 있어요: https://www.instagram.com/translator_yeonkyoung_8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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