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글을 두 개 썼습니다. 브런치 북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가 아닌 다른 곳에 송고한 글인데요. 글을 쓸 때는 몰랐는데 다 쓰고 나서 놀랐습니다. 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환하게 비췄더라고요.
비단 두 개의 글뿐만이 아니라 브런치 북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에서도 가족과 친구와 연인을 다루었으니, 물리적으로는 도쿄에서 혼자였지만 항상 누군가와 함께 존재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혼자라면서 처량하게 마음속에 외로움을 안고 썼는데 실제로는 혼자가 아니었네요.
하지만 다른 사람을 주제로 다루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조차 '혼자 있던 시간'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혼자가 되었을 때 비로소 타인을 생각할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러니 나 홀로의 경험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꺼운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익숙한 일본이지만 자주 발걸음하지 못했던 도쿄에 저 혼자 닿았던 것처럼, 여러분도 익숙하지만 그저 익숙하지만은 않은 곳에 혼자 발을 디뎌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한동안 철저히 혼자 있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혼자지만 도쿄 여행합니다>에 나온 이전 사람과 이별한 후, 한동안 혼자서만 다녔어요. 이유는… 일종의 이별 애도 기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친구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며 속상한 마음을 풀거나 하소연하지도 않았습니다.
그저깊게, 더 깊게, 자기 마음속을 더 파고들었고, 질릴 정도로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자신에게 집중한 덕분인지 지나간 사랑이 어설프게 계속 떠오르지 않았어요. 애먼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할 일도 없었고요.
단, 혼자지만 아무렇지 않게, 당당하게 살고 싶었나 봐요.
혼자지만 멋지게 살 거야, 그런데 이 일을 제대로 못 하다니 제정신이냐, 노답이다, 미친 X…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하지 않을 모진 말을 자신에게 쏟으며 정신 바짝 차리고 살라며 다그쳤어요. 힘들면서 겉으로는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고 소리를 빽빽 질러봤자 그것이 진정한 행복은 아닌데 말이죠.자신을 위해서 일하다가, 일을 위해서 자신을 잃을 뻔했습니다. 이때 얻은 번아웃을 이겨내기 위해 도쿄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함께등산하면 산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고 말하더라고요.지금 저와 자주 함께하는 곱슬머리의 그가 말했습니다. 안개에 가려져 정상조차 선명하게 눈에 담기 힘든인생이라는산을 오를 때, 혼자서는 등정에 실패할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라면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고요.
우린 인생이라는 거창하게도, 덧없게도 보이는 산을 올라야 하잖아요.누군가를 토템으로 삼고 나아가면 등반에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누군가는 여러 명이 될 수 있고, 자기 자신도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누군가와 등산하면서 꼼꼼하게 등산 스틱도 챙기고, 깜빡해서 스틱이 없더라도 튼튼한 나뭇가지를 찾아 스틱으로 쓰면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봐요, 우리.
물론 최선을 다해 등산하다가도 가끔 너무너무 슬퍼질 때가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때 저는 또다시 안식처인 도쿄로 향하려고요. 불완전한 저를 고스란히 받아주는 도쿄로 가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