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4일(월)

by anego emi
0404.jpg

'할아버지가 돌아왔다' 지하철역에서 지상으로 연결된 엘리베이터가 있는 모퉁이의 바로 옆에, 할아버지의 아지트이자 집이 있다. 낡은 두 파라솔이 머리를 맞대어 만들어낸 공간에서, 바닥에 몇 장의 박스를 깔고 얇은 담요를 둘둘 말고 잠이 드신다. 어떤 날엔, 할아버지는 어디선가에서 구한 동그란 테이블에 앉아, 아침부터 막걸리를 마시곤 했다. 출근과 등교를 서두르는 아침에 맞닥뜨리기엔 그리 바람직하지도,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지만, 그런 할아버지를 아무도 탓하지 않는다. 때때로, 구청 직원이 나와 쌓이는 박스 더미와 할아버지가 주워옴직한 잡동사니들을 치우며, 할아버지에게 무어라 호통을 치는 것을 본 적이 있지만, 강제로 철거를 시키거나 할아버지가 그곳에 머무는 것을 금하지는 않았다. 영하로 뚝뚝 떨어지는 한겨울을 제외하고, 할아버지는 늘 그곳에서 밥을 먹고, 사람들을 만나고, 잠을 잤다. 할아버지의 얼굴은 언제나 느긋하고 평온해 보였다. 초점 흐린 눈은 몽상가처럼 몽환적이고, 입가에 은근하게 머금은 미소는, ' 더 이상 세상에 부러운 일도 화낼 일도 없다'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누구나 자신만의 살아가는 방식이 있고, 할아버지는 그저 그렇게 살기로 결정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네고 어미)

매거진의 이전글4월 3일(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