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0g! ' 최근 몇 달 동안 급격하게 뱃살이 늘어서, 드디어 청바지 사이즈를 한 치수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한탄하던 후배 J는, 카톡의 대문 사진을 날씬하고 팽팽했던 그때의 사진으로 전격 교체하고, '110g'이라는 암호에 가까운 숫자를 프로필 소개란에 써놓았다. 나는 순간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제발, 카톡 대화명으로 자기 성찰하지 말자'라던 시니컬한 한 선배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J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제, '110g'이 무얼 의미하는지 J에게 물어볼 차례다. 뭐든 똑 부러지는 J의 설명에 의하면, 하루에 섭취해야 할 탄수화물의 양이란다. 이 양보다 더 적게 먹을수록, 뱃살을 빼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J는 칼로리는 절대 중요하지 않으며 오로지 탄수화물만 줄이면 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나 또한 그녀와 함께 뱃살 감량 프로젝트에 동참하기를 은근슬쩍 부추겼다.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의 영화 속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나폴리로 여행을 간 주인공과 그녀의 친구는, 큰 쟁반만 한 피자를 한판씩 앞에 두고 군침을 삼키며 먹을 준비를 한다. 피자 한 조각을 들어 입속으로 넣는 주인공과 달리, 그녀의 친구는 머뭇거리며 토핑으로 올려진 페퍼로니를 떼어냈다. 그러자, 주인공인 묻는다. " 왜 그러는 거야? " 친구는 " 자꾸 살이 쪄서... 바지가 꽉 껴서 숨 막힐 지경이야. " 주인공은 씩씩하게 피자를 씹으며 말했다. " 뭐가 걱정이야... 한 치수 큰 청바지를 사러 가면 되지. " 나는 솔직히 그녀에게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말해주고 싶었으나, 매번 그 어려운 걸 도전하는 그녀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미소 짓는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