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월)

by anego 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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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나는 네가 그렇게 살지 몰랐다 ~" 광화문 한복판에서 강산이 바뀌고도 훌쩍 넘는 세월만에, 우연히 만난 그녀가 나에게 던진 첫 마디다.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며, 내가 대리 시절에 함께 근무했던 선배이며 최근까지 광고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은퇴를 했다. 그녀가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한 이유가 그다음에 속사포처럼 이어졌다. " 네가 좀 일에 열정적이었니, 그렇게 패기 있고 자신감이 차고 넘치더니, 어쩌다 일을 그렇게 빨리 접었데? 진짜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네 소식 듣고 깜짝 놀랐잖아. " 그녀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지금의 내 처지와 행보를 몹시도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빙긋이 웃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러게요. 그냥 그렇게 되었어요. 선배야말로, 금세 그만 둘 줄 알았는데... 대단하세요. " 그녀와 헤어지고 괜스레 풀이 죽은 나는, 한여름의 열기를 품은 아지랑이가 흐물흐물 피어나는, 뜨거운 광화문 광장을 묵묵히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에게 나는 왜 당당하게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해주지 못했을까. ' 과거의 나를 잊었다'라고 수십 번도 더 다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련이 남아서일까. 지금처럼 우연히 맞닥뜨리게 되는 과거의 흔적들에게서, 나는 언제쯤이면 완전히 자유롭고 태연해질 수 있을까.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땀방울을 손으로 훔치며 나는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예전처럼 마음이 심하게 요동치거나 울컥하지는 않는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분명할 터였다. 그래, 아무것도 아니다. 이 또한 지나가는 뜨거운 바람 한줄기에 불가할 뿐. (아네고 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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