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맛집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 시장 골목 안 백다방보다 작은 크기의 소바집에 긴 줄이 늘어서있다. 연령대도 제법 다양하다. 방송을 한 번쯤은 탄 을지로 3가나 종로의 뒷골목도 아니고… 주택가만 즐비한 이 동네까지 소박한 맛집을 찾아 사람들이 온 것이다. 궁금한 마음에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처럼 커튼이 반쯤 내려진 창으로 식당 안을 힐끗 훔쳐봤다. 4개의 테이블과 한쪽 벽에 붙여놓은 기다란 테이블이 전부다. 테이블과 의자의 좁은 틈새로 젊은 아르바이트생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른다. 나도 모르게 군침을 꿀꺽 삼키다 늘어선 줄 앞에 놓인 대기자 명단 노트를 집어 들었다. 대기순번 37번. 음… 오늘은 힘들겠군. 그렇게 발길을 돌리기를 여러 번… 그러나 로컬의 맛집 근처에 사는 장점을 등에 업고, 생각이 날 때마다 그 앞을 지나면서 드디어 제일 줄이 짧은 시간대를 알아내기에 이르렀다. 3시부터 브레이크 타임이니까, 가장 손님이 뜸한 시각은 다름 아닌 2시 반경이며, 요일 또한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비교적 금요일이 가장 한산했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어느 금요일 2시 20분. 나는 고대하고 고대하던 소바집에 입성했다. 그것도 제일 좋은 자리인 창가 테이블을 안내받고 자루소바와 가지튀김과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주문했다. 그러고 보니 도쿄 유학시절 역전앞의 서서 먹는 소바집에서 자주 저녁을 때우곤 했는데, 그때마다 소바를 안주삼아 마시던 맥주 한잔이 너무 맛있었다. 차가운 맥주와 달짝지근한 쯔유에 담근 소바가 오묘한 맛의 궁합을 이루며 끝도 없이 들어갔다. 오늘 이 소바집에서 그때의 맛을 느낄 수 있으려나? 음식은 추억이라고 했는데, 혼자 먹는 밥이 무슨 추억이 될까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쿄 유학시절의 나를 소환해서 내 앞에 앉혀놓고, 그때를 떠올리며 도란도란 맛있게 먹을 참이다. 어느새 내 앞에 놓인 차가운 맥주 한잔을 크게 한 모금 삼키고 나의 소바를 기다린다.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