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열대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가, 침대를 박차고 나와 차가운 물을 한잔 마셨습니다. 속이 얼얼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몸은 잠을 원하지만 머리는 잠을 거부하네요. 평소보다 좀 이른 출근길에 되려나 봅니다. 출근이라고 해봐야 제가 신세를 지고 있는 지인의 사무실에 있는 아담한 제 방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대부분 작가로, 프리랜서로 하루를 살아갑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가다 문득 커다란 거울에 아른 거리는 제 모습과 눈이 마주칩니다. 사흘에 피죽도 못 얻어먹은 바싹 마른 얼굴입니다. 그 얼굴을 보니 측은한 마음보다 배가 고팠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강력한 허기가 온 신경을 마비시킬 정도로요. 역사의 편의점으로 가서 삼각김밥 두 개를 샀습니다. 먼저 전주비빔밥 맛을 한 손에 들고 우걱우걱 입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그런 내 모습이 지하철의 안전창에 반사됩니다. 그 순간,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가 쓴 책 속에 한 구절이 떠오릅니다. ‘내가 존재하고 있는 풍경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디서든 늘 몸가짐과 옷차림을 신경을 쓴다’ 고 그는 말했습니다.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떨까요? 말해 뭐하겠습까.… 지하철에서 허겁지겁 삼각김밥을 먹는 50대 중반의 여인이 있는 풍경이 아름다울 일은 절대 없겠지요. 손거울을 꺼내 입가를 닦고 립글로스를 얌전히 바르고 미소 짓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든든하니 기분은 좋구나 하고 말이죠.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