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할 일 없는 날

by anego emi

언제나 아침에 눈을 뜨면 할 일을 떠올립니다. 할 일이 떠오르지 않으면 순간 공허함이 밀려들지요. 이런 공허의 감정이 무기력으로 바뀌기 전에 서둘러 몸을 움직입니다. 뜨거운 햇살에 땀을 쏟고 언덕길도 씩씩하게 오르며 틈틈이 하늘을 올려다 보입니다. 이렇게 땀을 내고 온몸이 적당한 피로감에 젖어들면 슬슬 나른한 허기가 찾아옵니다.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커피를 내리고 토스트를 굽습니다. 항긋한 커피 향에 잠시 여행지의 아침을 상상해 봅니다. 왜 우리는 언제나 뭔가 해야 할 일이 있어야 하고, 또 그걸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매번 떠올리게 되는 걸까요? 마치 인생이라는 게 살아가는 게 아니라 끝내야 할 일들을 처리해야 하는 것처럼요.

<아네고 에미>


아무일도.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