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어깨죽지가 쑤셔옵니다. 오랜만에 작업 시간이 좀 길어나 봅니다. 한 팔씩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퀴처럼 돌려봅니다. 갑자기 오른손에 든 핸드폰이 미끄러지며 허공으로 날아갑니다. 막 타려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내려가듯 두 번 통 통 튀더니 계단과 계단의 틈사이에 끼여, 마치 착지를 하듯이 똑바로 섭니다. 아… 망했다 하는 생각이 뜸과 동시에 이제 이 핸드폰과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벌써 5년. 제법 오래 저의 비서이며 친구이며 메신저이며 가끔은 말벗이 되어준 되어 준 팔방미인 빨간 아이폰과 헤어질 순간이 온 것입니다. 아이폰은 눈물을 글썽이며 애써 붙잡는 제 손을 부드럽게 밀치며 이제는 헤어질 때가 되었다고 여기저기 깨진 얼굴로 저를 빤히 봅니다. 그동안 고마웠다. 잘 가라. <아네고 에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