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재미있게 지내

by anego emi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전화의 말미에 ‘잘 지내라’, ‘건강 조심해라’는 말 대신에 ‘재미있게 지내라’고 말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무심하게 듣고 넘겼는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엄마는 참으로 사는 것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재미있게 지내라’ 하고 스스로에게 하는 혼잣말 같은 당부는 아닐까 하고요. 아빠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엄마에게는, 잘 지내는 것보다, 건강을 조심하는 것보다, 재미있게 지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날이 그리운 것은 찬란하고 풋풋했던 젊음보다, 툭하면 터져 나왔던 웃음 때문은 아닐까요. 엄마의 웃는 얼굴이 몹시도 보고 싶은 하루입니다. 엄마, 오늘 하루도 재미있게 보내세요.

<아네고 에미>


엄마.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과거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