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그러고 싶은 요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617p
'이제 그만두자. 될 대로 되라지. 드드득 긁어대는 건 이제 싫다.'
앞발도 뒷발도 머리도 꼬리도 자연의 힘에 맡기고 저항하지 않기로 했다.
차츰 편해졌다. 고통스러운 것인지 다행스러운 것인지 짐작할 수가 없다.
물속에 있는 것인지 방 안에 있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어디에 어떻게 있어도 상관없다. 그냥 편하다.
아니, 편하다는 느낌 자체도 느낄 수 없다.
세월을 잘라내고 천지를 분쇄하여 불가사의한 태평함으로 들어선다.
나는 죽는다. 죽어 이 태평함을 얻는다. 죽지 않으면 태평함을 얻을 수 없다.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고맙고도 고마운지고.
달관, 관조의 경지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탁!' 하고 놔버린 일상. 그래서 이리하여도 그만 저리하여도 그만
그렇게 마음 먹기로 하였다. 새해를 호기롭게 맞이한지 어느덧 3개월, 그 3개월은 전광석화처럼 빨랐네.
생활을 놓아버리니 느는 것은 게으름 뿐이다.
아이들의 기억속에 2020년 봄은 코로나로 집약되겠지. 본격적인 마스크세대의 시작이다.
마스크세대들에게 좀 미안하다. 나 어릴적 세상이 이렇게 돌아갈줄 모르고 막쓰고 막놀고, 지구의 많은 나라들이 소비에 파괴에 마구살았다. 그래서 지금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황사도, 미세먼지도, 미세플라스틱오염에 지금 감염병도 다 미안함 투성이다.
'탁' 하고 일상을 놔버린 어느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