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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사담 Aug 13. 2023

결단의 시기에 결단하지 못하면 재앙이 닥친다

[사기열전 춘신군 편]

전국시대의 사 공자 중 마지막 주자입니다. 전회까지 언급된 사공자는 제나라의 맹상군, 조나라의 평원군, 위나라의 신릉군이었습니다. 춘신군도 사공자 중 한 명답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춘신군(미상~기원전 238년)은 초나라 사람이며, 성은 황, 이름은 헐입니다. 그는 견문이 넓고, 변론에 매우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초나라 왕은 이러한 점을 높이사서 진나라의 사자로 보냅니다.


춘신군


兩虎相鬪 必有一傷(양호상투 필유일상), 두 호랑이가 싸우면 반드시 하나는 다친다.


춘신군의 활동시대는 진나라의 강성함으로 인해 주위 국가들이 침략을 받고,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입니다. 진나라는 이미 초나라를 침략하여 많은 영토를 빼앗았고, 이번에는 주위 국가인 한나라와 위나라를 동원하여, 초나라를 또 한 번 크게 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마침, 이때에 춘신군이 진나라에 도착했습니다. 초나라의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을 알게 된 춘신군은 초나라를 위기로부터 구하고자 진나라 왕에게 글을 올렸습니다.


춘신군은 두 마리의 호랑이가 서로 싸우면 힘이 약한 개가 그 틈을 타서 이익을 취할 것이라고 말하며, 진나라가 초나라와 전쟁을 시작하면, 결국 주위 국가인 한나라와 위나라만 이득을 볼 것이라고 말하며, 전국시대의 현황과 형세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해석으로 진나라 왕이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결국 이 글을 본 진나라 왕은 출병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초나라는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군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충성심


당시 초나라는 태자를 진나라에 볼모로 보냈는데, 이때 춘신군이 동행했습니다. 몇 해가 지나, 초나라 왕이 병이 들자, 춘신군은 진나라 왕에게 태자를 초나라로 돌려보내 왕위를 이을 수 있도록 요청하였으나, 진나라 왕은 상황을 지켜보자며, 거절합니다. 이에 춘신군은 태자를 마부로 변장시켜 진나라를 빠져나가게 한 후 자신은 태자의 숙소를 지키며 태자가 병이 났다고 하여, 태자의 탈출 시간을 벌었습니다. 태자가 국경을 빠져나갔을 시점에 춘신군은 진나라 왕에게 사실을 고백하며 죽음을 요청하자, 진나라 왕은 화가 나서 자결토록 하려고 하였으나, 진나라 재상의 도움으로 살아서 초나라로 돌아가게 됩니다. 초나라의 왕은 병이 깊어서 죽게 되자 태자가 왕이 되었고, 춘신군을 바로 재상에 임명합니다.

 


當斷不斷反受其亂(당단부단 반수기란), 자를 것을 자르지 못하면 재앙이 온다.


새로운 초나라 왕은 아들이 없었습니다. 여러 부녀자들이 왕에게 바쳐졌지만, 아들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나라 사람 이원이라는 사람은 자신의 누이동생을 초나라 왕에게 바치고자 하였으나, 초나라 왕이 아들을 낳지 못한다고 하여, 고심 끝에 꾀를 내었습니다.


먼저 이원은 춘신군에게 누이동생을 바칩니다. 춘신군으로부터 총애를 받은 동생이 임신을 하자, 이원과 누이동생은 계획을 짜서 춘신군에게 얘기합니다. 춘신군이 아름다운 이원의 누이동생을 왕에게 바치면, 왕은 그녀를 총애하게 될 것이고, 임신한 그녀가 아들을 출산하게 되면, 춘신군 자신의 아들이 왕이 되는 것이니 춘신군의 위치가 매우 공고히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자, 춘신군도 이에 동의하고, 이원의 누이동생을 왕에게 보냅니다.


왕은 이원의 누이동생을 총애하였고, 아들을 낳자, 아들을 태자로 삼고, 그녀를 왕후로 삼았습니다. 이원도 높은 자리에 올라, 나라의 정사를 관장하게 되었습니다. 이원은 자신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춘신군이 비밀을 발설하거나, 이를 이용하지 않을까 여겨 춘신군을 죽일 병사들을 몰래 훈련시킵니다. 그러나, 세상에 비밀이 없듯이, 많은 사람이 이 일을 알고 있었습니다. 춘신군만 빼고 말입니다.


초나라 왕이 병에 걸리자, 빈객 중에 주영이 춘신군에게 조언을 합니다. 왕이 죽게 되면, 당신이 힘 있는 재상이 되어 왕과 같은 권력을 누리거나, 아니면, 이원이 권력을 잡기 위해 당신을 죽일 수 있다고 말하며, 초나라 왕이 죽게 되면 이원을 죽일 수 있도록 자신에게 군사적 지위를 요청합니다. 그러나, 춘신군은 이원의 능력을 무시하며, 자신을 잘 대해주는 이원을 좋게 생각하여, 이를 거절합니다. 그로부터 17일 후에 왕이 죽자, 이원은 궁궐 안에 병사들을 몰래 숨겨 놓은 후, 춘신군이 문으로 들어오자 찔러 죽이고, 춘신군의 집안사람 들도 모조리 죽입니다.




춘신군의 마지막의 이야기는 진나라의 여불위와 진시황제의 관계와 매우 비슷합니다. 여불위도 결국 자식에 의해 쫓겨나, 죽음을 맞게 되고, 춘신군은 같이 음모를 한 사람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죽임을 당합니다. 결국, 세상에 밝혀지지 않는 비밀이 없고, 그 결과는 당초 기대와 달리 비극일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反受其亂), 춘신군은 결단을 내려야 할 때 결단을 내리지 못함으로 결국에 그로 인한 재난을 당했습니다. 중요한 결단의 시기가 도래할 때 주저하지 말고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됩니다. 


춘신군의 죽음 이후 16년 만에 초나라는 결국 진나라에 의해 멸망되었습니다. 시대적으로 초나라의 국력은 매우 쇠퇴하는 시기였고, 진나라는 너무나 강성하여 주위의 국가들을 정복하며, 중국의 통일을 이룩해 나가는 때였습니다. 이러한 국가적 위기 시대조차 이원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 투쟁하며, 국가적 인재 소실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결국 한 국가가 몰락을 더욱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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