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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슝 shoong Feb 08. 2024

한 살 한 살 먹을수록_ 명절 레퍼토리


한 살 한 살 먹을수록_ 명절 레퍼토리)










명절 하면 떠오르는 나의 추억 속 기억은

우리 다섯 식구가 차를 타고 외할머니 댁으로 가는 거였다.

큰삼촌, 작은 삼촌, 큰 이모, 작은 이모, 수원이모, 강화이모, 둘째 삼촌, 셋째 삼촌 식구들과 이웃분들도 다 함께 모이는 사람 많고, 음식도 많은 큰 축제였다.


이런 큰 축제에서 내가 데자뷔처럼 보아왔던 일들이 있다. 처녀, 총각들이 보이면 어르신들이 다들 똑같은 레퍼토리로 한 말씀들을 하셨다.


“취업은 했니?”

“월급은 많이 받니?”

“남자친구, 여자친구 있니?”

“결혼해야지?”

“빨리 결혼해서 애 낳아야지?”

.........

저런 말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똑같은 레퍼토리로 들었다. 어린 내가 들어도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그 말을 듣는 당사자들은 그냥 어색하게 웃거나 ‘네.. 네’라고 대답만 할 뿐이었다.


그걸 보고 자랐던 내가! 자라서!

똑같은 소리를 듣고 있었다. 허허허허....


사람들은 그 소리가 지겨워 명절 모임을 회피한다고들 하지만 나는 똑같은 소리를 들으면서도 북적북적 축제 같은 명절이 좋아 엄마 아빠를 따라서 외할머니댁을 다녔던 것 같다. 나에게는 이제, 두 번 다시는 겪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되어버렸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부터는 친척분들 모임이 흐지부지 되면서 명절은 각자 집에서 식구들끼리 보내게 되었고,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다 보니 결혼을 하지 않은 딸자식들이 한 집에 한 명씩은 있는 세상이 와버렸다.


결혼한 언니들이 시댁을 가면서 나를 부러워하는 날 중에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언니들이 생각 못한 게 있는 것 같다. 나는 나 나름대로 시댁 갔다 친정 오는 언니, 형부, 조카 총 여덟 명 식구들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딱히 부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빛이 나는 솔로는 아니지만 그냥 솔로인 나는 올해도 역시 시댁에 가는 언니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시댁 가니? 잘 다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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