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드라마 속 대사로부터
5월과 6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해본 적 없는 생각을 하며 보낸다. 경우는 다르지만, '저마다의 가능성'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회사에서 일할 때도, 퇴근길에 누군가를 만날 때도, 심지어 주말 아침에 테니스채를 휘두를 때도 생각한다. 우리들 한 명 한 명은 얼마큼의 가능성을 갖고 이 세상에 왔을까. 스스로 그 가능성을 인지하며 살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걸 세상에 다 보여주고 떠날 수나 있는 걸까. 요즘 들어 이 생각을 떨쳐내기가 힘들다.
매주 토요일, 테니스를 친지 3주가 지났다. 어설픈 게 당연한 내게 매번 코치님이 빼먹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고개 푹 숙이지 말고. 고개 갸우뚱하지 말고. 못 하겠다 생각하면 자세부터 제대로 안 나온다고요. 나는 '아침이라 기운 없어서 그래요'라고 대답하지만, 그러고도 한참을 코치님 말을 되새기곤 한다. 처음 배우니까, 낯설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실수하는 게 당연한데 나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혼자 중얼거리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스윙을 날리면 제법 나쁘지 않은 포즈가 나온다. 그럼 기다렸다는 듯 코치님이 말한다. 거봐. 잘했어. 자신감 갖고 치니까 되잖어. 그럼 또 이런 생각이 든다. 이거, 비단 테니스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겠구나.
사람은 믿어주는 만큼 잘하고
아껴주는 만큼 여물고
인정하는 만큼 성장하는 법이야.
_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
코이라는 물고기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작은 어항에 기르면 5~8cm밖에 자라지 않지만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두면 15~25cm, 강물에 방류하면 90~120cm의 대어로 자란다고 한다. 사람이라고 뭐 다를까. 그가 가진 세상의 크기에 따라 생각도 행동도 달라질 텐데. 그 세상의 크기는 나 스스로도 넓힐 수 있지만, 누군가에 의해 넓어지기도 한다. 그렇지. 잘하고 있어. 그렇게 쭉쭉 나아가는 거야. 이 말이 뭐라고 깜깜했던 주변이 순식간에 밝아진다. 이 말이 뭐라고 내가 정말 뭐라도 된 것만 같다. 추측해보건대 자신감 있게 쭉쭉 뻗어나가는 사람들 뒤엔 늘 그런 이들이 있지 않을까. 믿어주고 아껴주고 인정해주는 존재들이.
서로에게 그런 사이가 되어준다면 한계를 가지고 태어난 우리라 할지라도 그 한계 따위 훌쩍 넘어버릴지도 모른다. 서로의 어항을 바다로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