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드라마 속 대사로부터
어떤 말은 기억에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그 말을 덮어버릴 만큼 좋은 말을 듣는다 해도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 말에 아프다는 것은 결국 나도 그 말에 동의했다는 뜻이기에, 그 사실에 또 한 번 속이 상해버린다. 흔히 멘탈 강한 사람들을 보면, 들을 필요가 없는 말은 1초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공통점이 있는데, 난 그 부분에 있어 너무나 취약했다. 사실이든 아니든 기분이 상해버리면 이전의 마음 상태로 돌아오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가 무심코 던진 말조차 새겨듣는 버릇. 글을 쓰는 내겐 좋을지 몰라도 생을 살아가는 내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버릇을 부지런히 실천한 결과, 하루가 다르게 피폐해졌다. 제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나쁜 말을 끌어안고 살면 몸도 마음도 지치는 건 당연한 일. 언젠가 그런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떨쳐버리기 힘든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 땐 글로 한번 적어보라고. 같은 내용을 적고 또 적다 보면 지겨워서라도 멈추게 된다는 것이다. 묘하게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글로 적어보면 내가 얼마나 많이, 자주 그 생각에 빠져있는지 훤히 보일 테니까.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종류의 생각을 가장 많이 하며 살고 있는지, 그게 진정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인지.
인생에서 절대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사람은
미운 사람이 아니고 좋은 사람이오.
미운 사람 가슴에 담고 살면
담고 사는 내내 당신 속에
생채기가 나고 아프고 당신만 손해요.
좋은 사람만 가슴에 품고 사시오.
그래야 잘 먹고 잘 잘 수 있으니.
_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말이든 사람이든 마찬가지인 것 같다.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은 곁에 두지 말라는 보다 확실한 신호. 꽤 나이를 먹은 지금까지도 사람 볼 줄 모른다는 말을 자주 듣는 나는 그 신호에 주의를 기울인다. 그 사람을, 혹은 그 사람이 건넨 말을 내 속에 담았는데, 자꾸 이곳저곳을 찔러 나를 아프게 한다면 그것보다 더한 손해가 있을까. 힘이 들더라도 노력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미운 마음을 일으키는 것들에 열심히 대응하는 것? 아니. 미운 마음조차 잊게 만들 좋은 것들을, 온 힘을 다해 찾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