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배우의 메시지로부터
누군가의 죽음은 '생이란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언제든 삶에 치고 들어올 수 있는 것이 죽음임을 곧이어 깨닫게 한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나와는 관계없던 일이 이렇게까지 가깝게 느껴질 수 있다니. 불행인지 다행인지 나는 자주 그 사실을 망각한다. 언젠가는 겪게 되겠지만 지금은 아니겠거니 하면서 그 견디기 어려울 무게를 억지로 잊으며 살아간다.
8월에 접어들며 재택근무가 잦아졌다. 나아지는 듯했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수시로 의욕이 떨어졌다. 집순이와는 거리가 먼 성격이라, 하루 종일 집에만 있어야 하는 게 여간 답답한 일이 아니었다. 밤이 되면 동네 한 바퀴라도 돌아야 숨통이 트였고, 이른 아침에 테니스라도 쳐야 좀 사는 것 같았다. 그런 일상에 조금씩 익숙해질 때 즈음, 카톡방 이곳저곳에서 같은 기사의 링크가 올라왔다. 채드윅 보스만, 그의 사망 소식이었다.
그가 출연하는 영화라곤 한 편밖에 본 적 없는 나도 그날은 종일 기사를 찾아보게 됐다. 싱긋 웃고 있는 그의 프로필 옆엔 전에 없던 '2020년 8월 28일'이라는 날짜가 찍혀있었다. 쉼 없이 업데이트되는 팬들의 애도글, 투병 중에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는 기사, 동료 배우에게 보낸 그의 장문 메시지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속엔 주변을 맴도는 공기를 모두 바꿔놓을 만한 문장도 담겨 있었다.
이 순간,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쉬길.
하루의 특별한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준 신께 나는 감사하고 있어.
맑은 하늘과 햇빛이든, 구름으로 뒤덮여있든
우리는 신이 만들어낸 모든 순간을 즐겨야만 해.
_배우 '채드윅 보스만'
그의 죽음을 통해 생의 소중함을 깨닫는 내가 싫었지만, 내내 흐리기만 한 하늘을 보며 전과 다른 마음이 든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흐린 날이든 맑은 날이든 이 순간을 즐겨야만 해. 하루도 똑같지 않을 매일을 소중히 여겨야만 해. 이 마음을 잊고 싶지 않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이토록 귀한 말을 남겨준 그에게 감사한다.
부디 아픔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길 바라며, Wakanda fore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