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날.
따듯한 봄바람과 함께 창밖 거리에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가게 오픈 한 달 만에 겨울 성수기를 맞았던 우리는 배달전문점이 이 정도로 계절을 탈 줄 은 미처 생각 못 했다.
날씨가 좋은 날일수록 주문은 적었다. 날은 좋은데 우리는 웃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비가 오거나 흐리기를 바랐다.
기복이 심한 것도 문제였다. 어제 80만 원은 했으니 그 정도 재료를 준비했는데 오늘 매출은 10만 원대였다.
당일 소진하지 못해 폐기되는 식재료도 많았다.
겨울엔 점심시간이면 숨 쉴 틈도 없이 바빴는데 봄이 되자 너무나도 조용했다.
가끔 울리는 주문 알림음이 그렇게 소중하고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조용한 가게에 오도카니 앉아있다 보면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우리만 이렇게 장사가 안 되나, 어떻게 해야 주문이 들어올까, 메뉴 구성이 별로인가, 역시 너무 성급하게 장사를 시작했던 걸까..
가게는 고요한데 마음속에선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나보다 훨씬 긴 시간을 가게에서 보내는 엄마는 더 힘들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힘이 된 것은 우리 아이들이었다.
집이 근처에 있어 가게에 자주 데려왔는데 워낙 밝고 씩씩한 첫째와 옹알이를 시작한 둘째는 존재만으로 기쁨이었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들이 있어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힘든 것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웠지만 부모님이 아직 건강하시고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지금이 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