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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법칙 vs 브랜드 법칙

무엇이 다른가?

by 성민기

마케팅과 브랜드. 우리는 이 두 단어를 자주 혼용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서로 다른 무대에서 작동한다.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가 정리한 〈마케팅 불변의 법칙〉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규칙’을 설명한다. 반면 알 리스와 로라 리스가 쓴 〈브랜드 불변의 법칙〉은 브랜드라는 ‘자산’을 지키고 키우는 원리를 다룬다.


비유하자면, 마케팅 법칙은 ‘지도(map)’, 브랜드 법칙은 ‘건물(building)’에 가깝다. 마케팅은 시장이라는 지도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브랜드는 그 지도 위에 어떤 건물을 세우고 오래 유지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퍼스널 브랜딩에서 한 분야의 경력을 인정하는 것 또한 이 법칙에 근거한다.


관점의 차이
(인식 vs 자산)

마케팅 법칙: 소비자의 인식(perception)을 지배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품의 성능보다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제주 삼다수는 다른 생수와 성분 차이가 거의 없지만 “제주 용암수”라는 인식으로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브랜드 법칙: 브랜드의 자산(asset)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 이름, 색깔, 로고, 단어 하나가 브랜드의 운명을 좌우한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은 ‘배달’이라는 단어 자체를 선점하며 소비자 머릿속을 장악했다.

Aaker(1991)의 브랜드 자산 모형(Brand Equity Model)은 브랜드 자산을 인지도·충성도·연상 이미지 등으로 설명한다. 마케팅은 이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 강하지만, 브랜드는 그 이후 장기적 자산을 다룬다.


적용 대상의 차이
(제품/서비스 vs 브랜드 정체성)

마케팅 법칙은 제품과 서비스의 포지셔닝을 다룬다. 어떤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할 것인가, 경쟁자를 어떻게 피할 것인가에 집중한다.

브랜드 법칙은 이름·로고·정체성과 같이 장기적 자산을 설명한다.

예를들면,

네이버: NHN이라는 회사명보다 브랜드 네이버가 앞섰다.

스타벅스: 단순한 커피가 아니라 “카페 경험”을 파는 브랜드로 정체성을 구축했다.

Interbrand Korea(2023) 발표에 따르면, 삼성·현대차·네이버·카카오가 국내 브랜드 가치 상위권을 차지했다. 흥미로운 점은 시가총액보다 브랜드 가치 지표가 소비자의 실제 충성도를 더 잘 설명한다는 점이다.


시간 축의 차이
(전투 vs 생존)

마케팅은 단기적 전투다. 고객의 인식은 빠르게 변하고, 마케팅은 그 순간을 잡아야 한다. 홈쇼핑에서 “오늘 방송에만”이라는 문구가 통하는 이유다.

브랜드는 장기적 자산이다. 브랜드는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쉽게 무너지지 않지만, 잘못 관리하면 서서히 희석된다.

예를들면,

교촌치킨: 20년 이상 간장치킨 중심의 이미지를 유지하며 장수 브랜드가 되었다.

갤럭시 플레이어: 일시적 마케팅은 있었지만, 브랜드 지속성 확보에 실패해 시장에서 사라졌다.

Keller(1993)의 고객 기반 브랜드 자산(CBBE) 모델은 브랜드를 “고객의 마음속에 구축된 지식 구조”로 설명한다. 즉, 마케팅이 ‘즉각적 반응’을 만든다면, 브랜드는 ‘지속적 기억’을 만든다.


디지털 시대의 변형
(법칙은 여전히 유효한가?)

마케팅 불변의 법칙과 브랜드 불변의 법칙은 1990년대에 정리된 원리다. 그렇다면 SNS와 라이브커머스 시대에도 유효할까?

마케팅: 인스타그램 쇼핑, 라이브 방송에서 ‘한정 할인’은 여전히 단기적 전투를 지배한다.

브랜드: 해시태그(#무신사스타일, #스타벅스리저브)는 브랜드 자산을 장기적으로 축적한다.

예를들면,

쿠팡은 마케팅적으로 ‘로켓배송’이라는 인식을 단기간에 퍼뜨렸고, 브랜드적으로는 “빠른 배송=쿠팡”이라는 연상을 장기적으로 구축했다.


결국, 법칙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디지털 채널 속에서 더 빠르고 더 투명하게 작동하고 있다.

마케팅 법칙과 브랜드 법칙은 닮은 듯하지만 다르다.

마케팅 법칙은 경쟁의 규칙,
브랜드 법칙은 생존의 규칙이다.

마케팅이 고객의 마음을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힘’이라면, 브랜드는 그 마음속에 ‘오래 남는 힘’이다. 그래서 두 시리즈는 따로 떼어 읽을 수 없다.


다음 글에서는 브랜드 불변의 법칙 1편, 〈브랜드는 어떻게 태어나고 자리 잡는가〉를 통해 브랜드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자산으로 성장하는지 살펴본다.


참고문헌 / 리포트

Ries, A., & Trout, J. (1993). The 22 Immutable Laws of Marketing. HarperBusiness.

Ries, A., & Ries, L. (1998). The 22 Immutable Laws of Branding. HarperBusiness.

Aaker, D. (1991). Managing Brand Equity. Free Press.

Keller, K. L. (1993). Conceptualizing, Measuring, and Managing Customer-Based Brand Equity. Journal of Marketing.

Interbrand. (2023). Best Global Brands 2023. Interbrand Report.

Interbrand Korea. (2023). Best Korea Brands. 인터브랜드코리아 발표자료.

한국갤럽. (2020). 국내 생수 브랜드 인지도 조사. 한국갤럽 자료.

한국갤럽. (2023). 배달앱 브랜드 인지도 조사. 한국갤럽 자료.

한국인터넷진흥원. (2010). 국내 포털 서비스 동향 보고서. KISA.

한국소비자원. (2022). 외식 프랜차이즈 선호도 조사. 한국소비자원 리포트.

DMC미디어. (2022). 온라인 패션 플랫폼 소비자 인식 조사. DMC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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