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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아이언맨

by 고찬수

머스크는 현실판 ‘아이언맨’이라 불린다.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의 감독은 마블의 인기 캐릭터였던 아이언맨(1963년)을 영화화하면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모델로 일론 머스크를 생각했다. 영화 속에서 40대 초중반의 나이에 억만장자이자 물리학 학위를 가진 공학자로 나오는 주인공은 일론 머스크를 상당 부분 현실화한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 속 주인공의 모습은 실제 머스크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다. 돈이 많은 괴짜로 다른 사람 이야기는 거의 듣지 않는 고집불통의 남자, B급 콘텐츠를 좋아하는 호기심 가득한 천재의 이미지를 가진 머스크는 만화적 상상력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 등 다양한 회사를 운영하면서 세상의 미래를 바꿔가고 있는 그는 자신의 사업체를 넘어선 사회 전반적인 관심도 보여주고 있다. IT 업계의 거물답게 당연히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깊은 호기심을 표현하며 관련 업계를 흔들어 놓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암호화폐가 전통적인 금융 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기술이라고 생각하고, 탈중앙화된 시스템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왔다. 특히 2021년 비트코인을 지지하며,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발표하는 획기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발표는 당연히 비트코인의 가격을 급등시키며 암호화폐 업계를 흥분시켰는데, 그 뒤 갑자기 비트코인 채굴에 엄청난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유로, 환경문제가 있어 결재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취소한다고 발표하는 변덕을 보여주기도 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그의 견해는 비트코인 이외의 다른 알트코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는데, 특히 도지코인에 대한 머스크의 관심은 많이 알려져 있다. 자신의 생각을 SNS에 밝히는 것이 규제가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그래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큰 돈이 걸려있는 사안에 대해 자꾸 말을 하게 된다면 신뢰를 받기는 어려울텐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SNS에 올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런 그의 주장이 큰 이익이 되기도 하고, 또 큰 손해를 만들기도 할텐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저 자신의 의견을 말했을 뿐 거짓으로 사람을 속이거나 투자를 권유한 것이 없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결국 그의 SNS를 보고 판단 근거로 삼았다고해도 투자를 했다면 그건 투자를 한 사람의 선택이라는 것이 분명하니까 말이다.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례 보고서(10-K)에는 2024년 회계연도 말 기준 1만1509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되어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가치는 10억 7000만달러(약 1조 5500억원)로 평가된다고 한다. 머스크가 암호화폐에 대한 분명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한 것이다.

게임스탑 주식 운동에서 보여준 머스크의 모습 역시 B급 정서를 가진 호기심 가득한 천재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2021년 1월, 주식 애플리케이션인 로빈후드(Robinhood) 사용자를 중심으로 ‘게임스탑’ 주식을 대량으로 매입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러한 비이성적 움직임은 공매도 세력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일부 헤드펀드에서 게임스탑 주식이 너무 과대 평가되어있다는 판단으로 이 회사 주식을 공매도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공매도를 욕심많은 투자자들이 좋은 기업을 흔들어 돈을 벌고자 하는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한 개인투자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하며 함께 대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대항하여 게임스탑 주식을 사게되자 결국 주가가 급등하면서 헤지펀드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되었다. 이 때 머스크도 이 운동에 함께 참여하면서 공매도 세력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미국의 젊은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 ‘레딧’의 투자 채팅방이 이 운동의 중심지였는데, 여기에 머스크가 트윗을 올리며 사람들을 격려한 것이다. 머스크의 트윗 직후 정규장에서 92.71% 상승으로 마감한 게임스탑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50% 이상 더 뛰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여러 번 게임스탑에 대한 언급을 했었다. 이로 인해 게임스탑 주식이 더 큰 관심을 받게 되었고,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게임스탑을 매수하는 붐을 만들어내는 것에 머스크가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파는 것으로 주가가 떨어지면 싼 값에 해당 주식을 사들여 되갚는 방법으로 큰 수익을 벌어들인다. 머스크가 공매도에 이처럼 반대를 하는 것은 자신의 회사인 테슬라 역시 공매도 세력에 의해 파산될뻔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러 회사를 운영하느라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텐데도 그는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문화 현상들에 관심을 두고 있으며, 자신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몸을 사리지 않고 참전해서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적극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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