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작가의 일과 삶에 대한 고민
나와 육아 공동체로 일을 나누고 있는 남편은 광고 쪽에서 일을 하는 아트디렉터다. 부장급으로 점점 프로젝트의 치프 역할을 맡아서 하루하루 중압감에 시달리며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이 한 번 시작되면 밤낮없이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내게 육아에 있어서 거의 없는 사람인 편이다. 물론 있을 때는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놀아주긴 한다. 그렇지만 그는 내게 디폴트값으로 계획에 넣을 수 없는 사람이다.
나는 6살과 9살 아이를 키우는 아이 엄마이자 프리랜서 작가로, 외주를 받아서 일을 하거나 개인프로젝트 일을 벌여서 진행하고 있다. 프리랜서다 보니 일이 들어오면 웬만하면 거절하기 힘들다. 일을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고, 그 흐름이 끊어지면 다음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일이 너무 많고 단가가 낮을 때는 시간 배분을 위해서 점점 거절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긴 하다.
그 일의 파도와 삶의 변수들을 관리하는 일이 늘 어려워서 내게는 하나는 고민이다. 왜냐하면 삶을 위해 결국은 '일'을 선택하고, 하고 싶은 '일'들 중 어떤 것들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욕심이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런 포기, 내려놓음이 쉽지 않다.
나의 작업에는 4가지의 변수가 있다. 첫째 외주로 받는 일들의 양은 내가 조절할 수 없다. 갑자기 한 번에 같은 시기에 일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둘째로 남편도 같은 시기에 피티와 광고촬영 등 여러 일정이 많이 들어오면 거의 집에 들어오지 못하고 혼자서 아이들을 봐야 한다. 셋째, 갑자기 아이들이 독감이나 감기에 걸려서 많이 아프면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보낼 수 없어서 3-5일간은 일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 넷째, 이 모든 상황이 콤보로 몰려오다 보면 결국 바쁜 상태에서 내가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하다가 결국 아이들에게 병이 옮아서 내가 병이 난다.
이 네 가지의 변수가 길거나 짧게 오면서 일을 해내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먼저 감기가 오고, 아이들의 간호를 하면서 나도 몸살이 나서 앓아눕게 된다.
일을 하면서 몇 번의 위기를 겪다 보니,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된다.
판단의 기준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그렇다면 조절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불안을 줄일 수밖에 없다. 변수를 줄이기 위해 미리 마감 전에 일을 해두거나, 아이들과 나 둘 다 최대한 무리하지 않는 일상을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남편의 일의 많고 적음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 아예 염두하지 않고, 내가 일상에서 해낼 수 있는 일의 양만을 받는다. 아이들이 아프지 않도록 건강 관리를 한다. 말하고 나면 언제나 해결책은 단순하다.
논리적으로 일을 나눠서 생각하다 보면, 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감정적으로 크게 분노하거나 낙심하거나 막연히 나를 자책하는 일도 줄어들게 되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어, 나는 이게 최선이란 말이야.'
살면서 생기는 다양한 변수들은 여전히 내겐 '불안의 덩어리'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천천히 쪼개 풀어내버린다. 변수를 나누어서 관리하고, 어쩔 수 없이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면 깨끗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닥터프로스트의 웹툰을 쓴 이종범 작가가 자신은 어떤 일을 하면서 '한 텀을 보낸다.'는 마음으로 한다고 했다. 최선을 다하고 한 텀을 보냈다면 그저 다음으로 넘어가면 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그 일에 마음을 쓰지 않도록 자신을 다독이는 멘털관리법을 꾸준히 구축하려고 한다.
지금 하는 일은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하자.
프리랜서는 이렇게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며 나아가야 한다.
동료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이 파도에서 편안하게 노는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