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충분히 울지 않았을지도 몰라

고토미즈키 작가의 눈물빵 책을 읽고

by 심가연


눈물빵 책은 천 개의 바람 출판사에서 출간한 고토미즈키 작가의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릴 때 나는 눈물이 많은 편이었다. 이브의 노래를 듣다가 문득 눈물을 또르르 흘리며, 비련의 여주인공이 된 것 같아서 거울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배우처럼 연기를 해보기도 했다. 자기애에 전 어린 시절이야 그렇게 울었다.

막상 이십 대 지나고 삼십 대에 울었던 울음은 꽤 형태가 달랐는데 삭막한 현실에 때려 맞아 넉다운이 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서 맥주 한 캔 움켜쥐고 울었다. 눈물 젖은 노트에 욕 적으면서 울기도 했다. 감상에 젖을 노래 따위도 필요 없었다. 때때로는 그런 세상에 나를 내어준 부모님 생각하며 고마워서 또는 원망스러워서 울기도 했다. 고백하자면 그럼에도 여태껏 눈물에 젖은 빵을 먹어본 적은 없었다.

눈물빵 책의 주인공은 교실에서 자신만 수업내용을 알아듣지 못한다. 모든 친구들이 손을 들고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데, 혼자만 소외감을 느낀다. 이 아이는 혼자만의 공간에 와서 자신이 좋아하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다. 그리고 지붕 틈으로 손수건을 던져 버린다. 분에 차서. 붉고 강렬한 선은, 뜨거운 주인공의 감정을 그대로 전달해 준다. 서럽고 괴롭고 외롭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강렬하고 서운한 사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세상에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는데 나만 다르게 생각하고 별난 결정을 하고 있다고 생각될 때가 나도 있었다. 왜 나만 이해받을 수 없을까.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 내가 쓴 글을 왜 아무도 좋아해 주지 않을까. 나는 왜 대단한 공모전 상을 받을 수 없는 걸까. 그런 생각에 울분이 차오를 때가 있었다.


푹 젖은 손수건처럼, 마음이 무겁고 눅눅하던. 그래서 그 손수건마저 버려버리고 싶을 때. 먹던 빵까지 던져버릴 정도로 마음이 내려앉아버렸다. 더 이상은 닦을 손수건도 없으니 먹던 빵으로 눈물을 닦는 주인공처럼 말이다.



주인공은 구멍 난 지붕으로 그 눈물 젖은 빵을 던지고, 그 사이에서 비둘기를 만난다. 비둘기는 주인공의 눈물빵을 먹는 독자가 되어준다. 빵맛을 본 독자 비둘기는 평가해준다.

‘아직 짠맛이 더 필요하다고.‘

독자는 얼마나 잔인한지 모른다. 실제로 어떤 이야기를 즐길 때는 더 잔인할수록 슬플수록 비극적일수록 사람들이 재미있어한다. 주인공은 비둘기를 위해 실컷 눈물을 흘리기로 한다. 울고 또 울어서 계속 눈물빵을 던져준다. 비둘기들은 그렇게 주인공의 슬픔을 다 쪼아서 먹어 없애준다. 그리고 떠난다. 그제야 바짝 바른 손수건이 지붕 사이로 다시 날아온다. 더 이상 주인공의 마음도 손수건도 젖어 있지 않다. 뽀송해졌다.


충분히 눈물을 흘리고 울어야지만, 우리는 울음을 멈출 수 있다. 내 안에 들어있는 슬픔을 우리는 얼마나 마주하고, 그 안의 슬픔에 대해서 자세히 이해하고 울어줄 수 있을까. 나를 위해서, 내가 가진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그대로 수용하기까지 흘린 내 눈물빵을 내가 쓴 글이자 그림이었던 것이다.


나의 눈물빵들을 먹어줄 비둘기는 어디에 있을까. 덜 짭조름한 빵들이 잔뜩 쌓여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나는 늘 나의 비둘기를 기다리고 있다. 조금만 더 울어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