釣歷 50년 이상된 초보들
혼자 낚시를 잘 다닌다. 혼자 다니면 낚시 가고 싶을 때 가고, 졸리면 자고, 접고 싶을 때 접으면 된다. 예전에는 낚시터에서 농부들을 만나 막걸리 한잔 하며 세상 이야기도 했지만 이제는 기계화가 이루어져 농부 만나는 것도 어렵다.
전라남도는 붕어낚시 천국 또는 성지라 불린다. 낚시 인구에 비해 저수지가 많고 그만큼 붕어자원이 많기에 낚시철이면 월척(30.3Cm 이상)을 쏟아낸다. 10년 이상 전남에서 낚시했지만 이제는 지인들과 약속이 있어 운전대를 잡지 않으면 좀처럼 출조하기 어려운 곳이 되었다.
낚시꾼들은 당연히 월척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 있는 自然池(자연적인 저수지)를 선호한다. 양어장이 온갖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결정적으로 월척에 대한 기대감이 없다. 먼 길 걸어야 하고 더위와 추위를 감수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꿈과 기대’를 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권에는 무료낚시터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붕어 자원도 적고 관리되지 않아 쓰레기가 넘쳐난다. 양식 있는 낚시꾼들은 낚시하기 전 주변을 청소하지만 역부족이다. ‘똥꾼’이라 불리는 일부 낚시꾼들은 다시는 오지 않을 사람처럼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일부는 농로에 주차해 농사를 방해하니 농부들이 낚시를 못하게 하는 곳도 많이 생겼다. 낚시꾼들의 자업자득이니 하소연할 곳도 없다. 자연미가 떨어지지만 할 수 없이 유료터를 찾게 된다.
집 근처 유료낚시터는 헬스클럽이나 골프장같이 1년 회원권을 팔았었는데 회원들이 특정자리를 독점하는 폐해로 인해 1년 회원권 제도를 폐지했단다. 퇴직 후 1년 회원권을 구입하려 했으나 아쉽게 되었다. 제일 구석자리에 삐딱하게 앉아 산 쪽을 바라보게 자리를 만들면 자연지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다.
양어장에서는 크게 노력하지 않고 떡밥을 적당히 달아 놓으면 붕어가 물어준다. 입질이 너무 잦아 귀찮으면 통조림옥수수를 사용하면 된다. 입질이 뜸해도 입질 표현은 기가 막히다. 냉장고에 있는 대하 또는 물오징어를 미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미끼로 사용하면 훌륭한 조과를 얻을 수 있다. 남들은 바다낚시로 반찬거리를 잡아오는데 어떤 어부는 냉장고에 있는 반찬거리를 축낸다.
물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重病(중병)이다. 혼자 낚시하는 것을 즐기지만 동료들과 같이 다니는 것도 재미있다. 옛 추억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또한 음식도 혼자 먹는 것보다 여럿이 먹으면 입맛을 돋운다. 친구들은 덩달아 낚시를 배우기도 하고 취미가 아니라도 어울리기 위해 낚시 간다.
최근 연달아 친구들과 출조 계획이 잡혔다. 전직직장동료들과는 포천에서 1박 2일을 보내기로 했다. 아직 직장 다니는 동료들을 위해 금요일 오후부터 낚시하기로 했으나 마음 급한 친구들은 휴가 내고 달려왔다. 아마도 초등학생시절 소풍전날처럼 마음이 설레 잠도 설쳤을 듯하다.
친구들은 오랜 조력의 낚시꾼들이라 신경 쓸 일이 없다. 좌대 예약하고 통지만 하면 된다. 떡밥도 알아서 만들고 바늘을 빼달라는 요청도 없다. 포천낚시터는 조금 외진 곳이라 낚시에만 신경 쓰면 되는 곳이지만 낚시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입사동기도 있으니 인연을 따지면 3~40년 된 친구들은 고리원자력발전소 출신이라는 연결고리도 있다. 40년 전 월내 멸치젓갈 공장이야기부터 시작된 이야기보따리는 낚시를 방해할 정도였지만 못다 한 이야기는 7월로 잡힌 다음 출조 때 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1시간 정도 전화통화 했으면서도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에 만나서 하자는 여성분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
고교동창들과 1박 2일은 작년부터 계획된 출조다. 용인에 위치한 양어장은 낚시초보인 동창들과 자주 찾는 곳이다. 주변에 베이커리 카페도 있고 다양한 음식점이 많아 낚시에만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전화 한 통이면 치킨도 배달되며, 낚시좌대 안에 바비큐시설이 있으며 주방도구도 빌려주니 낚시초보들에게는 적합한 곳이다.
연초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출조 인원이 줄었다. 붕어를 잡으면 낚싯바늘을 빼줘야 하는 번거로움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데 이제는 번거로움마저도 추억이 되었다. 동창 중 생일이 가장 늦어 막내였던 친구가 황망하게도 제일 빨리 갔기에 친구들은 당황해 술도 제대로 올리지 못했다. 술을 즐기지 않는 친구였지만 막걸리 잔에 술을 따랐다. 하늘 위쪽에 마음 나눌 또래 친구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친구들이 왔으니 ‘안심하고 마음껏 드시게.’
낚시 초보라 칭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 친구들은 초보가 아니다. 학창 시절에도 선친을 따라 낚시터에 갔으며 더 어렸을 때도 낚시했다 하니 釣歷(조력)으로만 따지면 50년 이상이다. 釣歷 50년 이상된 초보들을 위해 오늘도 좌대 예약을 했다. 떡밥을 개어주고, 낚인 붕어의 바늘도 빼 주고, 꼬인 낚싯줄도 풀어줬다. 민물새우와 송사리를 채취해 생미끼 낚시법도 배워줬다.
서울 근교임에도 하늘에는 별은 총총하다. 동창들과의 인연은 어느덧 50년이 가까워 오고. 시간은 기억들도 퇴색시켜 선명했던 기억들은 벌써 흑백사진처럼 색이 바랬다. 하긴 컬러사진을 찍어도 흑백으로 표현될 만큼 외모도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