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PART 2 슬기로운 환자 생활

by 작가정신

10년 전, 엄마가 이 집을 사셨을 땐 엄마 다니시는 인천의 절이 여기서 10분 거리에 분원을 내셔서 허허벌판 한가운데에 홀로 솟은 이곳에 자리를 잡으신 줄 알았다. 작년, 올해 햇볕을 쬐러 점심, 아침 산책을 하고 있는데, 아파트 둘레길 산책이 꽤 괜찮다. 소나무나 과실수가 많아서인지 아침, 점심으로 다양한 새소리가 들려오고 후문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1시간 30분 코스의 운동 삼아 오르기 좋은 얕은 산도 바로 연결되어 있다.


물론 내가 알고 이 집으로 이사 온 건 아니지만, 숲세권이 중요한데 또 병원 때문에 멀리 갈 수 없는 나에겐 현재로선 만족스러운 집인 것 같다. 작년에 욕실 천장이 새서 윗집에서 고쳐주었는데, 대체로 사람들도 점잖고 조용한 단지라 그 점도 마음에 든다.


요즘 가파른 부동산 가격 상승에 문병 오는 친구들과도 집값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 예외 없이 왜 이런 시골에서 사냐고 말한다


첫째는 돈이 부족하다는 이유일 것이고, 그다음은 아무래도 자녀 교육 등으로 굳이 강남에 입성해야 할 이유가 없는 데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이익 실현이 너무 높으면 그것 역시 도둑질과 같다는 불교 가르침의 영향.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난 세월 부동산이나 주식 등으로 인한 불로소득이 전혀 없었다면 우리가 집이라도 지니고 살았을까 싶고, 집에 있어 보니 이런 소득이 많다면 달콤한 인생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심지어 죽음을 앞두고 있는 사람일지라도 그 앞의 모든 것은 돈이 해결해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의식을 놓은 환자가 아니라면, 환자의 머릿 속도 병원비며 생활비 걱정을 하다가 '아차, 스트레스받지 말아야지'로 돌아가는 반복이다. 생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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