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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썸프로 Aug 01. 2019

어쩐지 '갑'인줄 알았는데

[닥터스 씽킹] 올바른 진단을 위한 의사의 사고법

어쩐지 그들이 '갑'인 줄 알았는데

<닥터스 씽킹> 은 의사가 환자를 만나서 진단하고 처방과 치료를 진행하기까지의 사고 과정을 낱낱이 파헤친다. 갑을관계에서 우리가 돈을 지불하고 받는 서비스 중에 아이러니하게도 ‘을’이 되는 순간은 환자로 의사와 마주한 순간이다. 진료비를 내면서 상담을 받는데 어쩐지 주눅이 들고 궁금한 것도 제대로 물어보지 못한다. 자신이 질병에 걸린 사실이 부끄러워 의사의 눈치를 보거나 무척 바빠 보여서 자신의 진료를 대충 보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을 때 조차도 어떤 말 한마디 못하고 의사의 눈치를 보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환자로서 의사를 마주할 때 우리들의 모습이다.


아차! 그들도 똑같은 사람이었다

전문가로서 똑똑한 ‘갑’인 의사들의 사고 과정, 특히 인식과 사고의 오류들을 실례와 함께 들여다본다. 읽다 보니 ‘이게 웬걸, 아차!’ 싶다. 완벽하다 생각했던 그들의 판단을 대부분 믿어왔는데 의사도 사람이었다. 의료 사고는 기술적 오류보다 인식과 사고의 오류로 기인한 것이 무려 80% 이상이 된다고 하니, <닥터스 씽킹>은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정확한 치료를 받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 현대인에게 필수가 되는 책이다.

 

폐쇄형 질문 VS 개방형 질문

진단에 확신이 없을 때는 의사의 폐쇄형 질문은 안 좋다. 의사는 환자의 이야기를 진정 듣고 싶어 하는 태도로써 두려움에 사로잡힌 환자의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다. 개방형 질문을 통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단서와 암시를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의사는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 환자와 친밀감을 형성해서 정보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실제로 환자는 의사의 비언어적 행위를 통해 의사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한다. 환자가 자신의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기 위해서 호감도와 친밀감은 기본이며 경우에 따라 개방형 질문이 정확한 진단으로 이끈다.

정확한 틀로 인한 오류

의사는 속기로 환자의 병을 분류한다. ‘당뇨 및 부전 환자’, ‘폐렴으로 인한 고열과 기침 증세를 보이는 약물중독자 응급실 내원’과 같은 내용으로 속기한다. 정확한 틀을 선택하여 모든 임상 데이터가 맞아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하나의 틀 때문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폭식증과 거식증의 틀로 병을 정의했던 앤도지의 사례가 그것이다. 모든 데이터가 이 병명 안에 들어맞았지만 팔척 박사는 ‘이 환자에게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그리고 추가 검사를 통해 뒤틀린 소장이 원인이었음을 밝혔다.


환자의 입장에서 만약 의사에 대한 신뢰와 호감이 없었을 경우, 추가 검사에 대한 제안을 거부하는 ‘불순응’ 환자가 되어 계속 폭식증과 거식증의 병명으로 살아갔을 것이다. 이처럼 합리적인 사고를 함과 동시에 환자의 마음을 움직여서 환자에게 신뢰와 호감을 형성해야 한다. 환자의 음성, 비음성 언어로부터 모두 진단에 필수적인 정보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오진 사례의 80%는 앤의 경우처럼 환자를 한 가지 병명에 가두고 의사 자신의 고정관념에 벗어나는 정보를 무시한 인지적 오류에서 기인한다. 인지적 함정에 빠져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던 것이다.


패턴 인식에 좌우되는 불완전한 판단

패턴 인식은 환자의 단서들(병력 청취, 신체 검진, 검사를 통해 얻은 자료)가 하나의 패턴으로 합쳐지면 그 패턴을 특정 질환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이는 의사가 수초 내에 의식적 분석 과정 없이 일어난다. 의사의 사고 과정을 보면, 환자를 만나는 순간 이미 두세 가지의 진단 가능성을 떠올린다. 이를 위해 지름길, 소위 ‘휴리스틱’ (명확한 실마리가 없을 때 사용하는 편의적인 방법)을 이용하는데, 의사는 휴리스틱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함정과 위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의사의 내면 상태와 긴장도는 의사결정 과정과 행동에 개입하며 강한 영향을 미친다

출처: The science behind Bouncyband®

도슨 법칙(Yerkes-Dodson Law)에서는 세로축을 ‘수행’, 가로축을 ‘각성’, 즉 아드레날린 및 긴장도를 나타내어 사고와 수행 성적의 상관관계를 나타낸다. 고도의 정신 집중과 신속한 반응을 일으키는 최적의 긴장도와 불안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부정확한 진단에서 기술적인 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이며, 대부분은 생각의 실수로 인한 오류로써 요인은 인간의 감정이었다. 따라서 의사는 내면 상태와 감정의 개입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

귀인 오류 –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인한 오류

원하지 않는 환자는 의무를 빨리 끝내고 귀가시키고 싶은 마음이 든다. 특정 환자에 대한 본능적인 혐오감에서 벗어나서 질환의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여 정확한 진단이 되도록 해야 한다. 찰스 커버라는 노인이 술에 취해 살고 면도도 하지 않고 옷도 오랫동안 갈아입지 않아 냄새가 나는 상황에서 인턴의 머리에는 알코올성 간경변증이라는 한 가지 진단만 나왔다. 그러나 특이 질환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해내도록 레델바이어 박사가 밀어붙였고 놀랍게도 병명은 최초 인턴 진단이 아닌 윌슨 병이었다. 의사 개인의 환자에 대한 혐오감으로 인해 서둘러 진단을 끝내고 치료를 끝내버리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의식적으로 노력한 덕분이었다.


엘렌 바네트라는 환자는 짜증을 유발하는 여러 증상을 호소하며 델가도 박사를 찾아왔다. 델가도 박사는 이 환자가 얼마나 귀인 오류를 범하기 쉬운 환자인지 인식했다. 하나의 전형적인 병명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환자가 중요한 정보를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했고 광범위하게 검사했다. 결과는 처음 생각했던 폐경기가 맞았으며 폐경기 증상과는 다른 갈색세포증까지 찾아낼 수 있었다.


감정적 오류 – 호감의 유혹

사람은 자신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쪽으로 생각하고 싶어 하며, 아주 단편적으로 느낄지라도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뤄지는 쪽으로 생각을 유도한다. 조 스턴이라는 노인은 멋지고 즐거운 성격의 노인이었다. 그를 진료하는 전문의는 ‘꼭 힘든 검사까지 받아야 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약물만 조금씩 달리 처방했다. 그러나 환자는 나중에 빈혈증이 생겨 다른 검사를 받게 했는데 종양인 것으로 밝혀졌다. 환자에 대한 호감도로 인해 최초에 중요한 검사를 놓친 것이었다. 이처럼 감정 오류는 특정 결과에 대한 바람에 의해 일어난다.

 

가용성의 오류 – 확증 편향 (선별적 인식)

전형적인 질환이 있다면 전형적 인식의 오류도 생긴다. 얼마나 쉽게 떠오르냐에 따라서 어떤 일의 빈도나 확률을 판단하려는 경향이다. 의료 현장에도 생태학이 존재한다. 예컨대 한 의사가 일주일 동안 10명의 알코올 중독자를 진찰했다면 증상이 비슷한 11번째 환자에게 같은 DT 진단을 내릴 것이다. 익숙해 있는 경험으로 인해 사고를 한 방향으로 이끈다. 이는 정보를 모두 통합하는 대신 몇 가지 특징적인 증상만을 골라내어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다. 정보 중에 진단과 모순되는 데이터는 무시하는 것이 가용성의 오류이다. 모순되는 데이터가 나왔을 때, 자신의 추측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무시되는 정보가 생겨나는 것은 편의주의적 사고방식이다. 오직 한 가지 가능성만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내리는 것이다. 확증 편향은 최초 진단이 정확성에 문제없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일어난다. 아무리 확신이 가는 답이어도 한 발 뒤로 물러나 단 몇 가지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 봐야 한다.


치유자로서 의사 VS 전술가로서의 의사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면 치유자로서 의사에게 부여된 역할은 접고, 전술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감정이 제거되면 환자 마음을 돌볼 수 없다. 감정은 환자의 영혼을 살펴보게 하지만 환자 문제 자체에는 눈멀게 할 위험이 있어 역설적이다. 치유자와 전술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감정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진단을 내리는 것이다.

의사는 어떤 환자를 만나든 분주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생각과 행동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
- 90 Page-


진정한 의술은  환자와 의사가 함께 펼치는 종합 예술이다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의사가 진단하고 치료해서 환자가 낫기까지 과정이 종합 예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성과 직관, 세밀한 관심, 경청, 심리적 통찰력, 환자에 대한 민감도를 발휘하며 의술을 펼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불어 탁월한 의사를 만드는 것은 언어와 감정에 대해 민감도를 높이는 일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의사의 사고 과정을 알면, 정확한 진단으로 이끄는 환자로서의 역할, 즉 합리적 의심을 던지거나, 적절한 질문을 하는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이 종합 술이 오롯이 의사만의 영역이 아니라 환자가 의사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비즈니스와 삶에 도움이 되는 책

의사도 사람이다. 편리함, 효율성을 추구하고 감정에 좌지우지된다. 그래서 어쩌면 환자로서 의사를 마주할 때 그들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 즉 적절한 질문을 던지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정확한 진단을 도와야 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의사가 아닌 모두가 건강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읽어야 하는 필수 책이다. 인간이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까지 나올 수 있는 오류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행하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도 도움이 된다. 비즈니스는 물론이요, 우리의 삶 자체가 의사결정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참고서적: 닥터스 씽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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