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에 대학 가야 한단 법은 없으니까

슈언니 story 1. 나를 찾는 탐색의 시작

by 말거는 슈언니

동네 인문계 고등학교 어딘가 가겠지 생각하며 놀기 바빴던 중3 졸업 무렵이었다. 여러 특성화고에서 학교 홍보를 나왔는데 이 덕분에 또 다른 세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 세상엔 중학교 졸업 – 고등학교 입학 – 수능 – 합격 혹은 불합격이라는 내가 아는 한 가지 루트만 존재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아버린 것이다. 스무 살에 대학이 아닌 회사를 먼저 가는 길도 있다니.


생각을 해봤다. 최종 성적은 전교 36% 정도. 공부는 못하지도 아주 잘하지도 않았고 영어, 음악, 체육 이렇게 좋아하는 과목만 잘하며 명확한 꿈은 없는 상태. 대학은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분야를 발견해서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가는 곳인데 인문계 고등학교 가서 3년 내내 앉아서 공부만 하면 그걸 발견할 수 있을까? 내가 내린 답은 No였다.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는 상태로 어영부영 그냥 점수 맞춰 대학 가게 될 내 모습이 그려졌다. 의미도 재미도 없는 대학 생활을 하게 될 것 같았다. 그럴 거면 차라리 회사 다니면서 돈 벌다가 좋아하는 게 생기면 그때 대학 가는 게 훨씬 낫지. 대한민국에 스무 살에 꼭 대학 가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가고 싶은 특성화 고등학교를 선택한 후 엄마를 설득했다. 처음엔 반대하셨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결국 허락해 주셨다.


집에서 왕복 3시간 거리에 자유로운 영혼인 내가 다니기엔 규정이 꽤 센 학교였지만 직접 탐방도 다녀오고 면접까지 본 오롯이 나의 선택으로 들어간 고등학교였기에 행복했다. 집은 상계역, 학교는 서울대입구역에서 마을버스로 두 정거장. 멀긴 해도 집이 종점 다음 역이라 사당역까지는 쭉 앉아서 갈 수 있었던 덕분에 이동 시간을 참 좋아하고 이 시간을 활용해 뭐든 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겨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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