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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un Jul 08. 2017

37. 글쓰기로 달라진 것들

나는 글을 잘 쓰기로 결심했다.

 작년 5월부터 이곳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오늘이 2017년 7월 8일. '글을 써야겠다' 다짐한 이후로 1년이 조금 넘게 흐른 것이다. 그동안 글을 쓰며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나름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로인해 많은 변화를 느낀다. 그 변화들에 대한 이야기를 37번째 사사로운 이야기에 남겨볼까 한다.


 1. 책임감이 생기다.

 첫 번째는 글쓰기로 인해 책임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한 번 내뱉은 말에도 책임이 생기는데 활자화되어 기록으로 남는 글은 어떠하겠는가. 더군다나 이같이 공개적인 곳의 글은 그 책임의 무게가 더해진다.


 2.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지다.

 글은 사람의 민낯과 같아 꾸밈없는 본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 없는 얼굴이나 몸매는 화장 혹은 두터운 옷으로 감출 수 있지만 글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민낯이 아름답지 않으면 아름다운 글을 쓸 수가 없다. 즉 스스로 단단해지지 않으면 '잘 쓴 글'은 절대 쓸 수 없다. 꾸준한 운동으로 근육을 기르듯 꾸준한 글쓰기로 '글쓰기 근육'을 기르고 싶어 졌다.

 이건 비단 글쓰기에만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꾸준한 독서, 꾸준한 운동, 꾸준한 식습관. 글을 잘 쓰겠단 결심은 사실상 나란 사람 자체를 단단하게, 건강하게 만들겠단 얘기다.


 3. 끈기가 생기다.

 살면서 한 번도 무언가를 끝까지 해 본 적이 없다. 일이 코앞에 닥쳐야만, 그것도 내 마음을 끄는 좋아하는 일이어야지만 그나마 했던 것 같다. '사사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며 다짐했던 것은 딱 한 가지였다.

 '꾸준히만 쓰자.'

 저 자신도 워낙 끈기가 없는 놈이란 걸 잘 알고 있어서 도중에 그만둘 것이 두려웠던 거다. 물론 로봇처럼 일주일에 하나씩 또박 또박 써내지는 못했지만(어쩔 땐 한 달 넘게 한 편도 안 쓴 적도 있다.) 어찌 저찌 지금까지 37개의 글을 채웠다. 목적이 생기고 나니 글이 안 써질 때도 노트 앞에 앉아 꾸역꾸역 쓰게 되더이다. 그 과정을 다른 말로 뭐라 한다? 끈기. 그렇죠.

 또 하나 더 있다. 글을 쓸 때는 끊임없이 고치기를 반복해야 한다. 소설가 김연수는 산문집 '소설가의 일'에서 '처음 쓴 모든 글은 초고 아닌 토고'라 표현했다. 곧 토가 나올 듯 악취를 풍기는 문장 범벅이기에 '초'고가 아닌 '토'고라는 것이다. 따라서 글에서 토 냄새를 풍기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무조건 계속 고쳐야 한단다. 내 글은 계속 고쳐도 냄새나는 것 같긴 한데... 난 냄새 못 맡으니까 패쓰.. 가 아니고, 아마 적어도 퇴고를 스무 번 정도 하면 '무취'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려나. 뭐, 여하튼, 나도 '토고'를 그대로 올리진 않는다. 계속 고치고 또 고친다. 고치기만 하다 하루가 훌쩍 지나간 적도 있다. 그럼에도 반드시 또 고쳐야 한다. 이런 과정이 뭐다? 그렇죠. 끈기.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일들에 용두사미로 접근하며 살아왔는가. 잘 쓰건 못 쓰건 '꾸준히'만 쓰자 다짐했던 이 글들 덕에, '토고'가 되지 않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던 덕에 나는 전보다는 조금 더 '끈기 있는 사람'이 되었다. 이 끈기는 나의 일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때 보면 이런 가르침은 일의 종류를 막론하고 인생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만 같이 느껴진다.


 4. 독서량이 늘다. (+독서 편식이 줄어들다.)

 또 한 번 고백하건대 사실 나는 입대 전에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독서량이 최고치를 찍었던 건 고등학교 시절. 그 이후론 워낙 책을 안 읽다 보니 '활자 울렁증'같은 것도 생겼었다. 그러니까, 좀 긴 양의 글은 읽기도 전에 울렁거리는 그런... 가끔 읽는 책이라 봐야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소설 정도? '책을 읽는다'는 행위와 나 사이엔 교집합이 거의 없었던 것이다.

 그런 내가 입대 후 훈련소에서 쉬는 날 할 게 없어 책을 집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 에세이였다. 그때부터 틈만 나면 책(거의 여행 에세이)을 읽기 시작했다. 자대 배치를 받은 후에도 집에 연락해 책 주문을 부탁해 읽고 싶은 책을 받아 그야말로 '마구잡이'로 읽었다. 글을 한번 써봐야겠다, 생각했던 게 아마 이때부터였지. 여행 에세이만 주야장천 읽어대니 나도 내가 다닌 여행을 에세이로 써 보고 싶어 졌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 썼던 글이 23살 유럽여행 기억을 토대로 한 '망한 여행'이었다. 하나 워낙 오래된 기억이어선지 흥미가 떨어져(그놈의 용두사미!) '그냥 부담 없이 쓰고 싶은 거 막 쓰자'라는 마음으로 '사사로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엔 일기처럼 그냥 쓰기 시작한 글이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고 감사하게도 카카오톡과 브런치, 다음 메인에 소개되는 일이 잦아지며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더이다.

 '이대로 괜찮은 거야?'

 글쓰기를 제대로 배워 본 적도 없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닌데 이대로 괜찮은 걸까? 자격증 없는 '야매 요리사'에게 최고급 식재료를 던져준 것 같은 그런 느낌. 뭐, 일종의 책임감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단 욕심이 생겼고 글쓰기 서적도 읽어보기 시작했다. 거기서 딱 두 가지 강조하더이다.

 1. (가리지 말고) 많이 읽고, 2. 많이 써라.

 글쓰기를 시작하고 나서 독서량이 많이 늘긴 했었다만(남의 글은 어떤 구조로 어떻게 쓰였는지가 궁금해서) 독서 편식은 고쳐지지 않았었다. 특히 인문학, 과학, 철학 등 교양서는 거의 등을 돌린 수준이었다. 그러나 내가 계속 글을 쓸 것이라면, 그것도 잘 쓰고 싶다면 이제 편식은 그만둬야겠다 싶었다. 글을 잘 쓰고 싶단 욕심이 교양서를 읽을 용기를 준 것이다. 사실 이런 생각을 한진 얼마 안돼서 아직 교양서를 많이 읽지는 않았다.(한 권.. 읽는 중이올시다. 아이 부끄러.) 하나 내겐 이제 뭐든 읽고 싶다는,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사실! 엄청난 수확 아닌가요.


 5. 위로가 되다.

 글을 쓰는 중간중간 힘든 일이 좀 있었다. 왜, 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욱' 할 때가 있지 않은가.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군 복무 중) 술로 해소할 수도 없는 일이니, 나는 글을 썼다. 그럼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곧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던 우울한 감정 덩어리가 이성이란 이름의 서랍 안으로 들어가 주었다. 어쩔 땐 나도 몰랐던 속마음이 글로 표현되어 '아, 내가 이런 상태였구나!' 싶었던 적도 있다. 글쓰기란 나 자신과 대화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름 모를 온라인 상 독자들의 응원에도 큰 힘을 얻었다. '내 글에 위로가 되었다'는 말에 나 또한 위로를 받는, 서로가 따뜻해지는, 단지 글을 썼을 뿐인데 일어난 놀라운 일이었다.


 6. 일상을 소중하게 바라보다.

 아무래도 일상적인 소재를 가져다 글을 쓰니 일상을 조금 더 섬세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러니 모든 경험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한 일. 친구를 만나거나 맛있는 것을 먹을 때나, 심지어는 고통스럽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도 그 경험을 허투루 버리지 않게 되었다. 이것은 이미 연기를 시작하며 생긴 버릇이기는 하나, 글을 쓰면서 그 정도가 더 심화된 것 같다.

 연기를 할 땐 내가 느낀 감정이나 경험들이 역할에 필요한 감정을 습득하는 '재료'로 느꼈다면, 지금은 내 '일상 자체'가 작품이 된다고 생각하니 더 바르게 살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나부터가 건강한 삶을 살지 못하면 내 글도 결코 건강해질 수 없는 것이니까.

 내 일상이 하나의 글이,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내 일상을 작품으로 만드는 가장 쉬우면서도 가장 건강한 길이란 생각이 든다.


 7. 동기부여가 생기다.

 모든 일의 시작은 동기가 부여됨으로부터라고 생각한다. '왜' 해야 하는지, 내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움직여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는 모든 면에 있어 훌륭한 동기부여가 되어준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을 쓴다'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끈기 있게 해야 한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건강해야 한다'처럼 삶의 경구와도 같은 말들은 사실 웬만한 동기부여 없이 실천하기가 어렵다. 그 길이 옳은 길이란 것을 알면서도 강한 동기부여가 없기 때문에 다른 유혹에 휩쓸려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럴 때 글 쓰기는 아주 좋은 동기부여가 되어준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선 꾸준히, 책임감을 가지고, 건강하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을 쓰는 일이므로.

 앞서 말했듯 글은 민낯과도 같아서 인격이나 성품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글을 쓰는 사람 자체가 바르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올 확률도 희박하단 얘기다. 글을 잘 쓰고 싶단 욕심이 생겼다면, 바른 사람(이란 표현은 썩 맘에 안 드는 데 적당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이 되어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 '동기부여'가 되어준단 사실.

 모든 일에 적용해도 글쓰기는 훌륭한 촉매제가 되어줄 것이다.


 8. 인생이 바뀌다.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쩌면 글쓰기는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힘이지 않나 싶다. '글', 그것 자체가 한 사람의 '인생'이므로 잘 쓰기 위해선 '더 나은 나'가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글쓰기가 내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꾸준히 쓴다면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글을 잘 쓰기 위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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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nstagram.com/bpmb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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