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주요 정보 전달의 중심이 종이 신문이던 시절, 긴급히 전해야 할 소식은 정식 발행 호수 외에 별도로 발행되는 특별판을 통해 전달되곤 했습니다. 그 시절의 특별판은 다소 무겁고 긴장된 공기를 담고 있었으며, 독자들에게는 비상 상황임을 알리는 상징적인 매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인터넷과 같은 대체 수단이 풍부해진 덕분에, 이제는 '속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정보가 넘쳐납니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속보의 홍수 속에서는 때로 흥미와 활력을 느끼는 동시에 묘한 조바심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과 더불어 계엄령, 탄핵 정국을 거치며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속보들이 우리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새로운 속보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긴장감을 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상황 속에서 불현듯, 그보다 더 큰 충격을 안겨줄 속보가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고개를 듭니다.
과거에는 긴급 속보로 전할 만한 소식이 드물었기에, 특별판이 발행되면 그 자체로 사건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속보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경각심보다는 무뎌짐을 경험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 보니, 진정 긴급 속보로 전해질 그 어떤 소식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제 안에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낍니다. 혹여 그 소식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 만한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을지 말입니다.
이제는 속보를 접할 때마다 무조건 흥미나 호기심에 매몰되기보다, 그 속에 담긴 진정성을 헤아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속보라는 이름 아래 지나가는 소식들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 그것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