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쉼표 사이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Jan 10. 2021

아침은 빛으로도 온다.

매일 아침 창밖의 하루가 저 산너머 온다. 어떤 출혈도 없이 하늘은 붉어지고 피어난다. 그러면 기대처럼 어느 마음 한가운데는 하늘이 되었다. 그사이 지구 한 바퀴를 돌아서 만난 빛이겠구나 싶으면 왠지 울컥할 때도 있다. 이 빛이 여기 들면 우리는 밤을 지나서 와야 한다는 사실이 문득 그랬다. 커피물을 올린다. 그리고 음악을 튼다. 아직 자고 있는 이들을 위해 볼륨을 낮춘다. 그러다 문득 노을이 하도 아름다워서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고 싶었다. 어쩜, 친절하게도 내 마음을 아는 듯 한 줄의 텍스트가 내 눈길을 잡았다. '노을을 바라보며 듣고 싶은 재즈' 재생목록에 담았다. 단지 노을이 붉게 펼쳐진 창밖을 보다가 단순히 그 이유로 노을이라는 단어를 찾게 되는 이 단순한 연결은 연결될수록 헐거워서 좋다. 시시때때로 피어나는 감성은 아무튼, 일상의 세포를 깨우고 씨줄과 날줄을 엮어 오히려 헐겁게 만든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건 어떤 형식을 깨고 자신의 색을 찾아가는 것 같다.

괜스레 지난 시간 줄을 만지작 거린다. 가만히 밖을 보다가 나를 보다가 음악은 소리 없이 공기를 파고들어 어떤 중심을 울린다. 과거의 시간이 담긴 재생목록엔 어떤 단어들로 검색이 될까, 기억이 이어지고 있다는 건 아직도 재생되고 있는 현재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불쑥 서럽기도 하지만 금방 고마워서 가끔 꺼내보고 싶어서 붉어지는 그러나 옅어지는 어떤 순간의 빛을 열어서 듣고 있지 싶다.

그 사이 해는 뉘엿뉘엿 누워서 오른다. 붉은 얼굴의 홍조는 드넓게 엷어지고 저너머에서 한참 오르다가 드디어 올랐다. 하도 빛이 엄청나서 여기서도 눈이 부실 지경이라 고개를 숙여 다시 활자를 치면 활자도 여러 군데 하얗게 반짝인다. 이 아침에 앉아 이 아침의 풍경은 질리는 법이 없다니,

정말 자연은 말없이 위로를 준다. 뭉클하는 휴일 아침 한참 그 빛을 마주하다 보냈다. 사라지지 않는 빛,


매거진의 이전글 감자가 말랑해질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