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하늘이 참 파래서 놀랐다. 겨울 맛이 제대로 멋지다. 사각사각 꼿꼿한 이불속의 청량함을 닮았다. 온기는 뭔가 달라붙을 것이 없는 빈 곳처럼 잘 다려져 있는 것 같았다. 담백함은 최초의 성질인 것처럼.
성문 밖으로 나무 한그루 서성였다. 나목이었다. 봄을 기다리는 나목의 그리움은 왠지 무정 같았다. 한동안 무심하게 한동안은 그리워했겠다. 그마저 무색이 었다. 겨울나무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고 했다. 다만 서성이다 거기 서 있을 뿐 묵묵함이 답답함이 아닐 뿐이었다. 오직 흘러와서 겨울이 된 나무가 오직 봄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어서 봄이 오면 오직 봄이 되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서성여도 외롭지 않았다.
그리워서 그리움이 아닌 나무는 그대로 나무로 서 있었다. 성문 밖 우물은 없었지만 곁에 서 있던 나무. 그 곁에서 나도 서성였다. 조금 외롭기도 했을거야. 누구나 사람이니까. 문득 그러니까.
참, 이름을 물어보지 못했네. 그래서 그리워할 수 있다면,
가산산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