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오후 고운사 가는 길을 걸었다 고즈넉한 가을이 깊이 숨 쉬고 공기는 더없이 맑았다. 시리게 파고드는 하늘은 우주의 글썽임, 요즘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달렸다. 도무지 멀티가 될 수 없는 나의 시크릿이 열리고 길 위의 숨결이 낱낱이 파고들었으니 내 약간의 수고로움이랄 것도 없었다. 경북 북부지역에 인문학 독서프로그램이 한 달간 있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만남이라,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가보고서야 이리 먼 곳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보단 나눔의 가치가 먼저이기에 괜찮다. 오히려 덕분에 누릴수있다니, 일하고 쉬는 기쁨은 이렇게 뜻밖이라, 눈물겹다.
걷던 길 위에서 만난 것들과의 헐거운 포옹에 대한 느낌만 만지락,꺼낼 사이도 없는 요즘이지만
막간의 내 호사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작가님들의 글과 마주할 수 없음은 몹시도 아쉽다 전하며, 가을이 정처 없이 알 수 없는 것들을 뒤로하고 눈에 보이는 그림으로 와서 공허하지 않다. 어떤 소리도 고요히 흩날려, 도처에 널린 가을이 바쁜 나를 달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