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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Nov 10. 2020

고운사 가는 길

어제도 일정을 마치고 서성였다,

도무지 그냥 돌아갈 수 없어서

홀로 설레이다 홀로 을 걸었다.
도처에 널린 가을을

도무지 그냥 두고 볼 수 없었기에
나만의 가을을 찾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소소소,

나무 끝자락 쓸어 소리나게

람부는 오후
고운사 가는 길을 걸었다
고즈넉한 가을이 깊이 숨 쉬고
공기는 더없이 맑았다.
시리게 파고드는 하늘은 우주의
글썽임,


요즘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고 달렸다.
도무지 멀티가 될 수 없는 나의 시크릿이 열리고
길 위의 숨결이 낱낱이 파고들었으니
내 약간의 수고로움이랄 것도 없었다.

경북 북부지역에 인문학 독서프로그램이 한 달간 있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만남이라,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가보고서야 이리 먼 곳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보단 나눔의 가치가 먼저이기에 괜찮다.
오히려 덕분에 누릴수 있다니,
일하고 쉬는 기쁨은 이렇게 뜻밖이라, 눈물겹다.

걷던 길 위에서 만난 것들과의 헐거운 포옹에 대한
느낌만 만지락, 꺼낼 사이도 없는 요즘이지만

막간의 내 호사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다만, 작가님들의 글과 마주할 수 없음은
몹시도 아쉽다 전하며,


가을이 정처 없이 알 수 없는 것들을 뒤로하고
눈에 보이는 그림으로 와서 공허하지 않다.
어떤 소리도 고요히 흩날려,

도처에 널린 가을이 바쁜 나를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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