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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누의 서재 Aug 21. 2020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서평 시리즈 #5 : 시집 <연인> by 이정하, 이도하 

* 본 리뷰는 도서출판 비엠케이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처음 이 절절한 문장을 어디에서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그때의 감정은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세상이 단 한 사람, 사랑하는 연인으로 가득 차 있는 벅찬 사랑을 느낄 때의 그, 꼭 전하고픈 생각을

단 한 글자의 부족함도 없이 표현할 수 있었을까.


알고 보니 시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가슴 아픈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또, 가슴 벅찬 그리움을 느껴본 적이

있기에 물처럼 밀려오라는 시인 이정하의 외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랑의 형태 중 한 가지를 노래하는 시집 <연인>은 이정하 시인이 새롭게 내놓은 작품입니다. 사랑의 중요한 조건이 있다면 바로 짝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운명적이게도 이름마저 비슷한 '이도하' 시인이 함께 짝을 이루어 펼쳐낸 그들의 사랑 이야기 <연인>.


저는 시집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실린 한편의 시로 접했던 것이 전부이죠.

책 속에 있는 시들은 모두 세상에 없는 감정과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것 같았어요.

집 앞에 있는 동네 슈퍼를 이야기할 때에도 쉼표와 행간과 무엇인지 모를 미묘한 표현으로 아름다워 보였죠.



<연인>의 처음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제가 시를 거창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는 그저 순간의 감정을 순수하게 오롯이 담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연인>에 담겨 있는 수십 편의 시가 모두 화려하고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흘러가는 생각을 메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기에 주의깊게 보게 됩니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지닌 사랑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 그 작은 감정들이 사라지기 전에 서걱서걱 펜을 굴려 적어낸 느낌이 들거든요.


이정하, 이도하 시인은 그렇게 서로에 대한 마음을 진심으로 담아냅니다.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자주 걷던 길, 자주 찾던 호수, 서로를 찾던 그리운 밤.


사랑을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단편적인 기억과 감정들이 마음속에 쌓일까요?

수 천, 수 만, 어쩌면 사랑의 처음과 끝까지 매초의 순간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사람이 없던 평범한 일상과 달리 그사람이 함께 하면서 우리의 일상은 '좋은 아침이야' 문자 하나에도

특별해지곤 하니까요.

그렇게 켜켜이 쌓였던 기억들을 자신만의 감정으로 풀어내고 있음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에, 함께 했던 행동들을 각자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름다웠고 가슴 아팠습니다.



가랑비처럼 너는 와서


네가 뿌려놓은 가랑비

나는 흠뻑 젖었다. 


너의 은은한 눈빛에, 

너의 조용한 고개 끄덕임에, 

너의 단아한 미소에

나는 다 젖고 말았다. 


그 작고 가벼운 것

어느새 

내 영혼까지 적실 줄이야.


이정하, <연인> P.48 


사랑은 스며드는 일


비가 내립니다. 

당신의 큰 웃음소리와 

나의 수줍은 미소가 부딪히며

세상의 잡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아스팔트 길 위를 걸으며

우산은 하나만 펼칩니다. 

빗줄기에 내가 젖을까 봐 당신은

내 쪽으로만 우산을 펼쳐드네요. 


온통 젖은 당신의 한쪽 어깨, 

더 가까이 오세요. 다른 한쪽이라도

내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드릴 테니. 


이도하, <연인> P.49


이정하 시인은 이야기를 꾹꾹 정갈하게 눌러 담은 느낌이었어요. 오래 생각하고, 모아서 풀어내려 했습니다.

많은 작품을 그려낸 그의 완숙미가 느껴지는 부분들이 참 많았어요.


이도하 시인은 거침없이, 느껴지는 감정을 다 뱉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각이 많은 자신의 진심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전하고 싶어하는 느낌이었어요. 사랑을 할 때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내야 하죠. 그래야 설령, 설령 사랑이 기나긴 호숫가의 끝에 다다라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라도 마음을 털어낼 때 덜 아플 것입니다. 마음속에 사랑의 작은 조각이라도 남아 있다면 털어내는 그 동안, 마음은 잔뜩 할퀴어진 살갗처럼 생채기가 날테니까요.


두 분의 문체가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구분되어 각자의 시각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기도, 닿고 싶지만 밀어내는 물살에 휩쓸려 저 멀리 떠밀린 기억이 있기에

두 시인, 작품 속 두 남녀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읽고 나니,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엔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사람이 그려낸 사랑의 형태는 수많은 모습 중 하나일테지요. 저는 저만의 형태를 찾아 아프기도, 아물기도 하며 방황할 것만 같습니다.


두 사람이 그려낼 수 있는 사랑의 수만 가지 형태 중 한 가지, 시집 <연인>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도서출판 비엠케이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출처(reference) : 

1) https://pixabay.com/ko/photos/%EC%9B%A8%EC%9D%B4%EB%B8%8C-%EC%8A%A4%ED%94%8C%EB%9E%98%EC%89%AC-%EB%B0%94%EB%8B%A4-%EB%AC%BC-5473869/

2) https://unsplash.com/photos/bVAY3coCf6s?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3) https://pixabay.com/ko/photos/%EC%BB%A4%ED%94%8C-%EB%A1%9C%EB%A7%A8%EC%8A%A4-%EC%82%AC%EB%9E%91-%ED%82%A4%EC%8A%A4-306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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