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서평 시리즈 #5 : 시집 <연인> by 이정하, 이도하

by 시누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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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리뷰는 도서출판 비엠케이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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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처음 이 절절한 문장을 어디에서 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그때의 감정은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세상이 단 한 사람, 사랑하는 연인으로 가득 차 있는 벅찬 사랑을 느낄 때의 그, 꼭 전하고픈 생각을

단 한 글자의 부족함도 없이 표현할 수 있었을까.


알고 보니 시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가슴 아픈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또, 가슴 벅찬 그리움을 느껴본 적이

있기에 물처럼 밀려오라는 시인 이정하의 외침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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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랑의 형태 중 한 가지를 노래하는 시집 <연인>은 이정하 시인이 새롭게 내놓은 작품입니다. 사랑의 중요한 조건이 있다면 바로 짝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운명적이게도 이름마저 비슷한 '이도하' 시인이 함께 짝을 이루어 펼쳐낸 그들의 사랑 이야기 <연인>.


저는 시집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 실린 한편의 시로 접했던 것이 전부이죠.

책 속에 있는 시들은 모두 세상에 없는 감정과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것 같았어요.

집 앞에 있는 동네 슈퍼를 이야기할 때에도 쉼표와 행간과 무엇인지 모를 미묘한 표현으로 아름다워 보였죠.



<연인>의 처음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제가 시를 거창한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는 그저 순간의 감정을 순수하게 오롯이 담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걸 느꼈어요.

<연인>에 담겨 있는 수십 편의 시가 모두 화려하고 아름답지는 않습니다. 가끔은 흘러가는 생각을 메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기에 주의깊게 보게 됩니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지닌 사랑의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아 그 작은 감정들이 사라지기 전에 서걱서걱 펜을 굴려 적어낸 느낌이 들거든요.


이정하, 이도하 시인은 그렇게 서로에 대한 마음을 진심으로 담아냅니다.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자주 걷던 길, 자주 찾던 호수, 서로를 찾던 그리운 밤.


사랑을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단편적인 기억과 감정들이 마음속에 쌓일까요?

수 천, 수 만, 어쩌면 사랑의 처음과 끝까지 매초의 순간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사람이 없던 평범한 일상과 달리 그사람이 함께 하면서 우리의 일상은 '좋은 아침이야' 문자 하나에도

특별해지곤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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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켜켜이 쌓였던 기억들을 자신만의 감정으로 풀어내고 있음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같은 날, 같은 시에, 함께 했던 행동들을 각자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름다웠고 가슴 아팠습니다.



가랑비처럼 너는 와서


네가 뿌려놓은 가랑비

나는 흠뻑 젖었다.


너의 은은한 눈빛에,

너의 조용한 고개 끄덕임에,

너의 단아한 미소에

나는 다 젖고 말았다.


그 작고 가벼운 것

어느새

내 영혼까지 적실 줄이야.


이정하, <연인> P.48


사랑은 스며드는 일


비가 내립니다.

당신의 큰 웃음소리와

나의 수줍은 미소가 부딪히며

세상의 잡음이 들리지 않습니다.


아스팔트 길 위를 걸으며

우산은 하나만 펼칩니다.

빗줄기에 내가 젖을까 봐 당신은

내 쪽으로만 우산을 펼쳐드네요.


온통 젖은 당신의 한쪽 어깨,

더 가까이 오세요. 다른 한쪽이라도

내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드릴 테니.


이도하, <연인> P.49


이정하 시인은 이야기를 꾹꾹 정갈하게 눌러 담은 느낌이었어요. 오래 생각하고, 모아서 풀어내려 했습니다.

많은 작품을 그려낸 그의 완숙미가 느껴지는 부분들이 참 많았어요.


이도하 시인은 거침없이, 느껴지는 감정을 다 뱉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생각이 많은 자신의 진심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전하고 싶어하는 느낌이었어요. 사랑을 할 때는 모든 것을 다 쏟아내야 하죠. 그래야 설령, 설령 사랑이 기나긴 호숫가의 끝에 다다라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때라도 마음을 털어낼 때 덜 아플 것입니다. 마음속에 사랑의 작은 조각이라도 남아 있다면 털어내는 그 동안, 마음은 잔뜩 할퀴어진 살갗처럼 생채기가 날테니까요.


두 분의 문체가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구분되어 각자의 시각으로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기도, 닿고 싶지만 밀어내는 물살에 휩쓸려 저 멀리 떠밀린 기억이 있기에

두 시인, 작품 속 두 남녀의 감정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읽고 나니,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엔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사람이 그려낸 사랑의 형태는 수많은 모습 중 하나일테지요. 저는 저만의 형태를 찾아 아프기도, 아물기도 하며 방황할 것만 같습니다.


두 사람이 그려낼 수 있는 사랑의 수만 가지 형태 중 한 가지, 시집 <연인>이었습니다.


* 본 리뷰는 도서출판 비엠케이의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출처(reference) :

1) https://pixabay.com/ko/photos/%EC%9B%A8%EC%9D%B4%EB%B8%8C-%EC%8A%A4%ED%94%8C%EB%9E%98%EC%89%AC-%EB%B0%94%EB%8B%A4-%EB%AC%BC-5473869/

2) https://unsplash.com/photos/bVAY3coCf6s?utm_source=naversmartedito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api-credit

3) https://pixabay.com/ko/photos/%EC%BB%A4%ED%94%8C-%EB%A1%9C%EB%A7%A8%EC%8A%A4-%EC%82%AC%EB%9E%91-%ED%82%A4%EC%8A%A4-306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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