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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Jun 04. 2017

보도블록 56 꽃개 형제견 둥이의 포트레이트

번들로 제공된 니콘 단렌즈로 사진을 찍는 즐거움.


하와이 여행을 다녀온 직후,

더블렌즈 킷으로 제공된 니콘의 35mm f/1.8G 단렌즈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여행 사진을 찍을 때는 풍경이 큰 폭으로 전개되는 프레임과 필요한 경우에는 얼마든지 당길 수 있는 줌렌즈가 매력적이다.

게다가 35mm 단렌즈는 센서의 크기가 35mm 필름 대비 1:1 비율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망원으로 당겨지는 효과가 있는데 그 점이 의외로 불편했다.

내가 눈으로 보고 "예상"한 이미지보다 너무 앞으로 다가와 보였다.

지난주 수요일 꽃개를 모델로 포트레이트 사진을 찍은 것도 노느니 염불한다고, 렌즈를 테스트해본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의외로 결과물이 좋았다.


웰시코기가 하루를 보내는 방식




같은 장소에서 이번엔 꽃개와 같은 날 한 배에서 태어난 둥이를 찍었다.

F값은 5,

ISO는 200,

조리개 우선모드로 찍었기 때문에 셔터 스피드는 니콘 마음,

화이트 밸런스는 오토,

측광 방식은 멀티 패턴 측광,

사진 크기만 가로 기준 1500으로 리사이즈,

일체의 후보정이나 크롭 없이 찍은 그대로 올렸다.

 


눈 주위가 어둡게 나온 건 배경에 위치한 하늘이 밝은 탓으로 보인다.



상남자 둥이.



물을 좋아하고, 포토제닉하며(사진을 찍으라고 포즈를 취할 줄 안다) 꽃개보다 성격도 좋아 다른 개들하고도 잘 지낸다.



우리를 보고 짖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아마도 둥이가 말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 아닐까.



가족이 하는 말을 듣고 자기도 대화에 끼어들려고 '말'을 하는 순간 '껑' 하는 소리가 들리니 본인도 놀라고 답답해 연거푸 짖는 게 아닐까.



작년 5월 코스트코에서 더블렌즈 킷으로 구성된 니콘 D5500을 장만했으니 1년이 지났다.

확실히 단렌즈로 찍은 사진의 품질이 좋다.



화면이 전체적으로 밝고 화사하게 묘사되는 느낌이다.

조리개 값을 5로 한 것도 그렇게 올려줘도 배경이 충분히 날아가기 때문이다.

배경을 못 알아볼 정도로 확 날리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다.



둥이는 아빠를 좋아한다.

집에서 찍은 어떤 사진을 보니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아빠 무릎 위에 벌러덩 누워있었다.

꽃개한테는 있을 수 없는 일.



우리는 간격 유지를 하는 편이다.

TV를 볼 때 레이지 소파에 앉으면 꽃개가 올라와 발치에 엎드려 자는 정도?

둥이는 완전 아빠바라기라고.



하늘 색깔이 예쁘게 나왔다.

후보정을 일체 안 한 하늘이 저 정도면 정말 잘 나온 것이다.

작년과 비교해 미세먼지 낀 날의 일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통계치는 모르겠으나, 체감상으로는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미세먼지도 주춤해진 느낌이다.

네 가지 설이 있는데 중국에서 국제대회를 열어 공장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라는 설은, 기간이 오래 지속돼 탈락.

둘째, 문재인 대통령이 노후화된 발전소 가동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는데 그건 학계에서 이미 1, 2% 수준의 영향밖에 안 된다고 하니 탈락.

셋째, 헬조선 기업들이 박근혜 밑에서는 먼지를 걸러내는 여과기랄지, 필터 장비를 설치해놓고도 가동을 안 해(원가 절감) 국토를 더럽히다, 문재인이 되자 할 수 없이 필터 장비를 돌려 공기가 깨끗해졌다는 설이 있다.

그럴듯해.

넷째, 문재인 초능력자설.




여기서부터는 f값을 10으로 올리고,

그만큼 셔터스피드가 떨어지는 걸 방지하려고

ISO를 400으로 올린 사진이다.

나머지 조건은 같다.



초점이 살짝 나갔는데 둥이의 포즈 덕분에 마음에 드는 사진이 됐다.



아내는 얼굴만 커다랗게 찍는다고 뭐라 그러는데, 나는 요즘 이런 사진 작업이 즐겁다.

피사체의 일부분만 더 확대해 찍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안타까운 실정.

털 한 올 한 올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는 프레임을 연구 중이다



웰시코기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풍성한 목덜미와 펄럭 귀.

개를 고르는 기준은 이렇게도 가능하다.

얼굴이 사람의 눈, 코, 입처럼 또렷하게 구분되는 개와 그렇지 않은 개.



간식을 대하는 태도는 둥이나 꽃개나 똑같다.

이 순간만큼은 두 개가 구분되지 않는다.




찬조출연.



애견 공원에서 만난 알렉스.



매일 누리끼리한 놈만 찍다 까만 웰시코기를 찍었더니 시각적 쾌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화이트 테리어 4마리를 데려온 애견인 부부가 있었다.

꽃개는 틈만 나면 그곳으로 가 "남의 집 개"가 됐다.

그분들 입장에서도 꽤나 귀찮았을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간식으로도 유인해보고 프리스비로도 유인해봤는데 이벤트가 끝나면 강물처럼 그리로 흘러들었다.

아내가 가지 말라고, 감금형에 처한 장면.

알렉스는 f값 5에 ISO 200으로 찍고,

꽃개는 f값 10에 ISO 400으로 찍었다.

차이를 느끼기 힘들다.



공원에서 나와, 차를 타고 집에 가기 전 찍은 사진.

f값은 5, ISO는 100.

밝은 표정의 둥이와 경계(걱정) 중인 꽃개.

두 개의 특징이 잘 잡힌 사진 같다.

개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비결이



그 개의 성격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장소 협찬은,

기흥레스피아 호수공원 반려견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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