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행동 분석학' 리뷰
정광일 지음
많은 분들이 당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무섭게 눈을 부릅뜨고 "안 돼!"라고 소리치면 반려견이 '내가 잘못했구나.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라고 생각할 거라 믿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반려견은 자기 행동이 잘못됐다고 깨닫는 게 아니라 혼낸 사람을 무서워할 뿐입니다.
내 이야기잖아!
꽃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책을 읽기로 했는데 시작부터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다.
꽃개한테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우리의 관점에서) 집에서 아내가 아들을 부르거나 내가 작업실에서 나갈 때 '껑' 하고 짖는다. 대포처럼 크게 짖어 간이 철렁 내려앉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다른 개들하고 사이가 안 좋다. 경계심이 강하고 거리가 좁혀지면 으르르 주둥이를 찡그리며 공격성을 드러낸다.
올해부터는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조용히 바디랭귀지로 잘못을 지적하는 걸로...(둥이랑 놀다 싸우려고 해 벌써 소리 한 번 질렀다. 젠장!)
우리 강아지가 사회성이 부족한 것인지 사회화가 부족한 것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저자는 사회성 교육과 사회화 훈련의 개념을 철저히 분리한다.
'엎드려'를 예로 들면 사회성 교육에서 강아지가 엎드리도록 하는 건 '누워봐, 괜찮아, 겁낼 필요 없어' 라는 의미이고, 사회화 훈련에서는 '복종'과 '대기'의 의미다.
이것만 놓고 보면 꽃개는 사회성이 부족한 개다. 애견 카페나 애견 공원에 가면 엎드려 쉬는 법이 없으니까. 누워서 쉬어도 되는 장소라고 인지하지 않는다.
시켜서 하는 행동은 시키지 않으면 안 하게 되는 행동(사회화 훈련)이고, 스스로 하는 행동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취하는 행동(사회성 교육)입니다.
'노즈 워크'를 예로 들면 꽃개는 노즈 워크를 해야 한다.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할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 사람한테나 가서 노즈 워크를 해선 안 된다. 개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사람한테 함부로 다가가 코를 킁킁대면 사회화 훈련을 통해 그렇게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사회성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는 사회화 훈련은 반려견의 심리 상태를 악화시켜 불안하거나 집착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강형욱 훈련사가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솔루션인
1. 산책하기.
2. 3미터 줄 쓰기.
3. 목줄보다 가슴줄 쓰기.
4. 노즈 워크 시키기.
는 강아지의 본성을 복원하는 사회성 교육에 가까워 보인다. 분리 불안을 완화할 목적으로 욕실 앞으로 데려간 보호자가 문을 닫고 5초간 사라진 뒤 나타나 얌전히 기다려준 강아지에게 보상하는 훈련은(이렇게 10회, 일주일 반복. 일명 5, 10, 7 훈련) 전형적인 사회화 훈련.
우리 강아지의 대견 관계를 알 수 있는 3가지 행동 패턴
1. 밖에서 음식을 먹는가? (꽃개는 예스. 없어서 못 먹는 실정. 가래침도 먹음)
2. 밖에서 배변을 하는가? (꽃개는 예스. 없어서 못 싸는 실정. 개 공원에 가서 기분 좋으면 두 번 세 번도 쌈)
3. 밖에서 엎드려 쉬는가? (노우! 꽃개는 여기서 탈락)
3가지를 다 충족하면 다른 개와의 관계가 좋은 개라고.
여기서는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내용을 적어봤다.
강아지와의 만남 분석
강아지는 냄새를 맡는 게 인사다. 어떤 개와 인사를 나누고 싶다면 그 개가 다가와 냄새를 맡을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실제로 겪은 일이다.
커피를 사러 광장에 나왔는데 젊은 부부의 작은 아이가 아장아장 다가와 꽃개를 만지려 했다. 개는 자기 시선의 정면으로 다가와 머리를 만지기 위해 손을 내미는 동작을 싫어하고 두려워한다.(고 강형욱 훈련사한테 배웠다) 개물림 사고를 분석하면 사고 원인 1, 2위를 다투지 않을까?
나는 그러면 안 된다고 아이와 개 사이를 막아섰다. 그냥 둬도 꽃개는 안 물었을 가능성이 99% 이상이지만.(우리 집 개는 문 적 없다. 그러니 안 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왜 우리 집 개는 안 문다고 하면 안 된다는 건지 모르겠다. 문 적도 없는데 문다고 거짓말해야 한다고? 왜?)
하지만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모르는 일이고 그 아이가 다른 개한테 그렇게 하다 물리지 말란 법 없으니 그래선 안 된다고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젊은 부부가 배웠는지는 의문이다. 얼마나 잘났으면 개도 못 만지게 하냐는 표정이 떠올랐으니까.
강아지 칭찬 분석
칭찬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예컨대 집을 정해줄 때 개가 집에 들어가면 잘했다고 간식을 줘야 하는데 이때 손으로 직접 주면 보상이 '견주'로부터 온다고 인식하고, 바닥에 놓아주면 보상이 '집'에서 온다고 인식한다.
아내는 개껌을 바닥에 주는 것으로 '하우스'를 시키는 데 성공했다.(명령어가 '하우스!')
"엎드려" 의미
개가 엎드리는 건 편하게 휴식을 취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당연한 게 안 되는 개도 있다. 꽃개는 애견 카페나 애견 공원에 가면 꼿꼿이 서서 뒷다리를 덜덜 떠는 한이 있어도 엎드려 쉬는 일이 없다.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라고 인식해서. 올해는 엎드려 쉬어도 된다는 걸 체험하게 해주고 싶은데 요령은 다음과 같다.
1. 강아지 스스로 누울 때까지 기다려준다.
2. 강아지가 누울 때 바닥에 간식을 떨어뜨려 준다.(손으로 직접 주면 땡)
3. 1이 안 되면 집에서 잘 깔고 앉는 담요를 깔아줘 눕는 걸 유도한다.
우리는 일단 3에서 출발하는 걸로.
배를 보이는 행동 분석
1. 개는 털이 없는 배를 약점으로 여긴다.
2. 배를 보인다는 건 복종의 의미.
3. 서열 구분으로 받아들일 경우 자기보다 서열이 낮다고 여기는 대상을 상대로 문제 행동을 일으킬 수 있다.
4. 엎드려 누운 것보다 주변 상황을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여긴다는 의미.
꽃개는 예전만큼 배를 보이지 않는다. 점프를 자기 생각보다 낮게 해 배 밑바닥을 긁힌 적이 있는데 그 사고의 여파이거나, 성격이 그대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 변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강아지 털에 따른 분석
1. 여름에 시원하다고 털을 밀면 화상을 입기 쉽다.
2. 자신감을 잃어 자기를 물어뜯는 자학 행동을 할 수 있다.
치료 목적이 아닌 한 안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강아지가 점프하는 행동 분석
강아지가 (냄새 맡기가 아닌) '점프'를 인사로 인식하게 되면 다른 사람이나 개한테도 점프하게 된다. 상대방 개는 놀라거나 겁을 먹고, 어린이나 노약자는 밀려 넘어져 다칠 수 있다.
반려견과 목적견의 공놀이 차이점
목적견은 특수 목적을 위해 특수 훈련을 받는 개를 말한다.(시각장애인 안내견, 공항에서 마약 탐지견, 군견) 책에서는 사역견이라는 말도 썼다.
칭찬을 할 때도 정확히 하지 않으면 혼동하는 것처럼 공놀이를 할 때도 정확히 해주지 않으면 개가 소유욕에 집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수렵 본능이 발달하면 움직이는 물체나 뛰어다니는 아이에게 반사적으로 달려들 수 있다. 좋아하는 물건을 물어뜯어 훼손하는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시키는 방법은 뺏어보라고 자극하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것을 교환해주는 것이다.
터그 놀이(물고 줄다리기)를 할 때도 두 개를 준비하는 게 요령이다.
강아지에게 손을 가르치는 목적
강아지가 손을 들도록 훈련시키는 것과 활용하도록 교육시키는 것을 나눠서 설명했다.(사회화 훈련과 사회성 교육의 미묘한 차이)
아내는 발을 내밀면서 '손' 하면 꽃개가 앞발로 아내의 발등을 건드리도록 가르쳤다. 대단하다. 내가 시키면 안 한다는 함정
이동 가방과 친해지기
평소 이동 가방을 꺼내놔 강아지 스스로 익숙해지도록 유도한다.
사람은 신상품을 좋아하지만 개들은 낯선 물건이나 새로 입주하게 된 아파트를 싫어한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에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군가' 잔뜩 경계하게 된다.
꽃개의 체중은 11kg이다. 웰시코기들에 비해 적게 나가는 편이지만 꽃개가 이동을 멈추면 우리의 걷기도 끝난다. 몇 달 전 애견 공원에서 신나게 놀다 발바닥 패드를 다친 적이 있는데 길 건너 병원까지 들고 가다 허리 나가는 줄 알았다.
차타기 좋아하도록 교육하는 방법
차는 이동 가방이 확장된 개념이다. 꽃개를 녀석의 고향 집에서 처음 만난 날 집에 데려오려고 차에 태울 때 강형욱 훈련사가 가르쳐준 대로 한 적이 있다.
1. 냄새를 맡게 하고
2. 뒷좌석에 들락날락하게 하고
3. 바닥에 간식도 떨어뜨려 줬는데
녀석은 차 옆 땅바닥에 으깨진 홍시에 관심을 보였다.
안 되겠다, 그냥 가자.
아내가 녀석을 안고 뒷좌석에 타 잽싸게 튀었다.
리뷰는 여기서 끝나지만 책 내용은 이어진다. 배변 문제를 비롯해 애견인들이 자주 겪는 몇 가지 상황을 다루는데 꽃개는 해당 사항이 없어 따로 적지 않았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굵은 글씨는 책의 내용을 인용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