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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Nov 17. 2016

꽃개 네트워크 23 화성시 반려견 축제에 가보니

개 반 사람 반이었다.

지난 주말

광화문 광장에 100만 인파가 운집할 동안

꽃개를 데리고 화성시 반려견 축제에 다녀왔다.

두 번째 대국민 담화문에서

수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약속하는 모습을 보고



'아, 이제 다 포기하고 내려놨구나' 하는 생각에

손 안 대고 코 풀 줄 알았다.

나는 분명 봄날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튼

둥이네도 왔다.



트랙이 설치된,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이었다.

가운데에선 개랑 같이 달리는 대회가 열리고 있었고

트랙이 깔린 주변을 따라 업체가 부스를 차려놓고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런 데 오면 자기네 회사 제품을 써보라며

공짜로 나눠주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도 눈치껏 줄을 섰다.

그러거나 말거나 애들은 또 만났다고

동네 창피하게 개슬링.



이날 처음 만났는데 눈 맞았다고.



표정들이 장난 아니었다.

음, 나도 꽃개랑 아파트 주변을 달려본 적이 있는데

저렇게 줄을 잡고...

생각보다 위험한 동작이다.

개가, 보호자랑 나란히 앞으로 쭉 달려 나가면 좋은데

갑자기 앞으로 끼어드는 경우가 종종 있어

충돌하지 않도록 주의해서 달려야 한다.

동물에게 '직선'은 어려운 개념이다.

어떤 개는 달리기를 중단했는데

과도한 승부의 집착이 견주로 하여금

질질 끌고 가게 만들었다.

나는 꽃개에 발이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참가 자체를 고려하지 않았다.

좋은 '출사'의 기회란 생각에 열심히 사진만 찍었는데

결과는 꽝이었다.



개 박람회란 관점에서 보면 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날씨가 좋았다.

100만 인파에 시민의 가호가 있기를.



백인들 아니랄까 봐.

개 공장 다큐를 본, 성급한 사람들은

개를 사고파는 행위를 금지시키고

정 개를 키우고 싶은 사람은

유기견을 키우라고 주장하지만

그건 꽤 이기적인 발상이다.

개를 사고파는 행위를 '생명 존중' 차원에서

금지하자는 건 수긍 가능하지만

유기견을 키우라는 주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건강하게 태어난 개를 무탈하게

키우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건 한국의 주거 시설이 고도로 '도시화' 되어 있어

개가 적응하지 못해 일어나는 보편적 현상인데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 나오는 개들을 보면

대개 비슷한 증상을 겪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유기견은 그렇게 틀어져서 버림받은 개들이다.

한 번 버림받은 개들은

건강하게 나고 자란 개들보다

키우기가 훨씬 어렵다.

그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사람이

단지 개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유기견을 입양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현저히 올라간다는 뜻.

멀쩡한 개들도 키우다 질린다고 버리는 판국에.



전생에 나라를 구한 웰시코기도 만나고.



틈만 나면 인조잔디에 등가죽이 벗겨질 정도로 비벼대고.



민폐도 끼치고.



줄다리기도 하고.



인사도 나누고.



줄을 복잡하게 꼬아 엄마도 넘어뜨리고.



폼도 잡고.



먼 데도 보고.



뽑기도 하고.



둥이네는 시저 캔 3개에 당첨됐는데

사장님이 '몸집'대로 가져간다고.



오오, 유수지에 개 공원을 만들려고 했던 이들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사료도 먹어보고.



외국인도 보고.



주름도 보고.



아파트 이웃에 사는 개도 보고.

둥이와 인사를 나누는 비숑은 토끼.



보더 콜리의 시범 조교도 보고. 오오.



그러거나 말거나 형제견은 회포를 풀고.

탄핵은 놈들의 꼼수라니까!



둥아, 입에 털 들어가면 싫을 텐데.



갈색 보더 콜리의 시범 조교.



오오.



난입도 하고.



박수갈채도 받고.



아들내미 사진도 찍고.



딩고에 가서 후추랑 커피도 마시고.



세상에 한 대밖에 없을 것 같은 SM6도 찍고.



집에 와서 발 닦고 뉴스도 보고.



뭐? 손 안 대고 코 풀어?


안이한 생각을 한 내가 혐오스러워,

반성도 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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