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가을

by 승현

지난 그녀가 꿈에 또 나타났다. 왜 자꾸 와서 잠도 못 자게 만드는 거야,


내 무의식이 불러낸 이 환상 속에서 밤새 헤엄치다가 빠져버려 허우적 거리며 겨우 깨어나던 참이었다.

6시 40분, 지각이었다. 하 아침부터 시작이 왜 이래, 투정으로 시작하는 하루라니 썩 유쾌하진 않았다.

그래도 기분 좋게 다려진 하얀색 셔츠에 몸을 넣고 가을에 어울리는 트렌치코트를 주섬주섬 입었다.


그런데 지하철에서 알았지, 흰색 셔츠 왼쪽 가슴에 커다랗게 묻어 있는 빨간 얼룩.

이렇게 빨간데 입을 때는 왜 몰랐지, 근무 내내 입고 있어야 하는데 계속해서 얼룩이 신경 쓰였다.

사실 어디서 묻었는지 몰라서 더 신경 쓰였던 걸지도.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자꾸 보이는 얼룩이라니.


지하철 창문으로 비추는 가을의 화창함이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아무도 안 볼 텐데 출근 지하철에서

혼자 옷에 힐끔힐끔 눈이 가고 괜스레 코트 자락을 가져와 가려보며 시선을 바꾸기도 했다.


그저 작은 얼룩 하나가 맘속 깊이 엄청난 무게로 다가와 커다란 얼룩으로 남은 날,

아니 내 온몸이 빨간 얼룩으로 덮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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