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아주 작은, 썩 유쾌하지 않은 기억 속 편린이
머릿속에 박혀 떠오를 듯 말 듯 저울질을 했다.
딱 이맘때였던 것 같은데 늦은 퇴근에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움직이던 그날 밤,
오랜만에 함박눈이 내려서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새하얀 동네를 볼 수 있겠구나
잠시나마 기분 좋은 생각에 종일 쓴맛이었어도,
달짝지근함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었지.
아침에 일어나 창문으로 달려가 열었을 때,
하얗게 덮인 동네가 따듯해서 눈으로 인해 눈이 즐거웠다. 외출이 너무 하고 싶었고 눈을 밟고 싶었다.
친구가 운영하던 작은 식당에 향했다.
마음이 편안한 곳이었다.
친한 친구가 사장으로 일했던 그곳은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었고 연락하지 않고
방문해도 늘 반겨주는 친구가 있어
그 시기 자주 가곤 했다.
그날도 아침부터 기분 좋은 눈을 밟으며 커피를
두 잔 사서 방문했던 친구의 가게에는 썩 반갑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 대학 동기였다. 친하지 않았다. 친구들을 통해 전해 들은 조금의 정보, 그게 전부인 그녀였다. 반가운 척 인사하는 그녀에게 나 역시
인사로 답하고 꽤 긴 정적이 흘렀다. 모르는 사이라고 해도 무방한 그녀와 나였지만 대 학 시절 첫 만남부터 툭툭 내뱉던 그녀의 화법과 성격들은 나에게 부작용으로 다가왔고 자연스레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느껴졌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의도치 않던 합석에 대화가 이어졌다. 여전히 살살 돌려 말하며 농담인 척, 그냥 하는 말 인척 하면서 진심을 흘리는 그녀의 말에 캐러멜 마키아토를 입안에
가득 담고 있음에도 입안이 썼다. 한 모금 마신 뒤 내려놓고 머플러 안으로 턱을 당겼다. 달팽이가 제집 속으로 숨어 편안함을 찾듯이. 어쩐지 날씨가 너무 좋다 했다, 이렇게 행복과 불행을 일정한 양으로 나눠주는 하늘이 원망스럽기 그지없던 날,
나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전면 창 너머로 시선을 옮겼다.
가게 밖에 놓인 작은 벤 치가 을씨년스러웠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가게 안으로 막 들어서려는 차에 나는 짐을 꾸려나갈 준비를 했다. 인사를 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지막이라고. 다시는 제발 마주치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예의상의 인사를 건네고 나오던 그날, 주방에 있던 친구에게 인사도 못하고 왔다. 가게 밖에 나와 눈이 많이 왔지만 따듯하다고 느끼던 아침과 달리 갑자기 살을 베는
추위라고 느꼈다.
추위가 맞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