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책을 좋아하지만 겨울의 산책은 사실 무모한 도전이다.
그러나 너무 길어지는 추위에 집안에만 있는 시간이 너무 늘어나는 게 아쉬워 감히 외출을 감행했다.
두꺼운 모직 남방에 울 스웨터를 껴입고 또 패딩을 입은 뒤 두꺼운 목도리까지 둘렀다.
집 밑에 카페에 들려 커피를 한잔 테이크아웃해서 동네 공원으로 향했다.
추웠지만 어쩐지 마음은 따듯한 날이었다.
계속 어깨를 움츠렸고 그때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입으로 가져가 후후 불어가며 조금씩 홀짝였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도 공원 벤치에서 한참이나 노래를 들었다. 겨울이니까, 당연히 겨울 노래를.
계절을 즐기기에는 산책만 한 게 없다고 겨울에도 느끼고 있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