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린 개인전, 하지
나도 내가 이런 모습이 될 줄은 몰랐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크고 주름지고 치렁치렁해져 있었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미처 나도 다 알지 못한다.
언젠가,
가는 줄로 연결된 작은 생명이 내게서 나왔고
그것은 여전히 나와 연결되어 있다.
잘리고,
흘러내리고,
봉합되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일종의 조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나의 눈에는 필터가 씌었다.
사실 마음먹기만 하면
그 얇은 막을 뚫고 나가
언제든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주로 그냥 머무르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나의 틈 사이로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흥미로울 때가 있다.
이미,
비워냄으로써 달라질 수 있는 한계를
조금은 벗어난 듯하다.
하지만 나는 현재
보호받고 있고
또 누군가를 보호하고 있으니
그 대가를 조용히 치르고자 한다.
그 모든 순간에
크고 작은 수많은 보석들이
내 안에서 자라나고 있음을
지금은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당분간 나는
계속 확장될 예정이다.
<전시 정보>
하지 夏至 _2025.6.19-7.2
갤러리 밀스튜디오 _ 서울시 중구 다산로 234 밀스튜디오 빌딩 1층
<작가 소개>
김하린 _
극에 달한 태양 속에
소멸과 생성이 맞닿아 이글거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숨결이 뜨거운 날
짧은 달은 더욱 영롱할지니
소멸과 생성이 맞닿은 경계에서
하지의 영원한 순환은 굽이친다.
<하지 1 _ '하지'를 위한 작가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