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세상에서 아이는 기뻤다가 무서웠다가

by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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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몬트리올에서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이다. 여느 캐나다 가정집과 같은 모습이고 비슷하게 생긴 다른 집들과 나란히 서 있다. 다만 건물 앞쪽을 리모델링 중이라 현재 외관이 좀 어수선하다. 현재 이곳에서 나는 그날의 과제를 그날 해내고 또 아이의 컨디션을 살피는데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잠시잠깐동안만이라도 앞으로 나의 커리어는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내년은, 또 후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와 같은 생각은 좀 내려놓고 있다.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인이는 벌써 이 집을 우리 집처럼 소중히 여기고 있다. 처음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곳을 좋아했고, 외출하고 돌아와서도 무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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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재인이의 기분은 최고로 좋았다. 짐을 풀고 캐나다에서 처음 만끽하는 가벼운 외출을 이렇게 온몸으로 즐겼다. 동네 학교를 보고 놀라고, 지하철 역을 보고도 놀랐다.


첫 일정은 몬트리올 바이오돔 방문이었다. 경기장을 개조해 식물원 겸 동물원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동물원에서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동물들이 몇몇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재인이는 카피바라를 제일 많이 보고 싶어 했다. 그리고 실제로 카피바라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즐거워했다.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너무 빨리 먹었는지 허기가 져서 이곳 브런치 카페에 갔다. 먹고 싶은 빵과 커피, 사과주스를 무난히 주문했는데 팁을 주지 못했다. 신용카드 계산기에 음식 값의 10%, 15%, 20%를 누르게 되어 있는데 그게 뭔지 몰라 스킵해 버렸던 것이다.


음식을 가지고 테이블에 앉았더니 재인이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 그리고 무척 졸리다고 했다. 각자 시킨 주스와 커피, 빵을 먹으며 쉬었다. 그런데도 재인이의 얼굴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 한 시간 정도 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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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를 틀어놓고 한 시간 반쯤 자고 일어났다. 재인이는 이번에는 잘 일어나지 못했다. 나는 시차적응이랄 게 없을 정도로 바로 적응했는데 그냥 아이가 누우면 같이 눕고 있다. 누웠는데도 잠이 오지 않을 때면 글을 쓴다.


오후에는 훨씬 날이 포근했지만 둘 다 롱패딩을 선택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 우리 옷이 제일 두꺼웠지만 시차적응으로 몸이 좋지 않은 재인이나, 유난히 추위에 약한 나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는 버스를 타기로 한다. 정류장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구글맵의 안내대로 20분 정도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나는 아침에 사놓은 원데이 교통 티켓을 찍었고, 교통비가 무료인 재인이는 그냥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내린 곳은 사람이 조금 북적이는 곳이었다. 재인이는 붐비는 장소에 도착하니 기분이 조금 나아진 모양이다. 나와는 조금 다른 면이다. 나는 어딜 가든 누군가와 완전히 단절된 시간과 장소를 꼭 찾아가는데, 재인이는 항상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기를 원하는 듯하다.


조금 더 걸어가니 거리의 예술가가 스팅의 'Shape of my heart'를 연주하고 있는 광장이 나왔고 그 앞에 노트르담 성당이 나왔다. 나름 이곳에서 가장 큰 관광명소여서인지 줄이 조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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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 성당의 외관은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을 닮았고, 내부는 조각과 스테인드 글라스, 그림들이 즐비했다. 건축을 한지 오래되어 보이진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 성당을 오래, 그리고 꽤나 충실히 다녔었다. 이곳에서도 익숙한 냄새가 났다. 내부 관람을 마치고 엄마에게 줄 선물로 알록달록 예쁜 묵주를 샀다.


성당을 나와 올드 몬트리올 거리를 걸었다. 노트르담 성당 안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을 몇몇 볼 수 있었는데 낯선 거리 위에서 한국인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재인이는 한국인이 왜 없냐며, 어딜 가든 한국인을 볼 수 있다던 비행기 옆자리 아저씨의 말은 거짓말이었다고 한다. 하필 우리가 들어선 거리에 현지인 마저 뜸해지면서 동네가 적막했다. 이곳 경기도 말이 아닌 모양이다. 아무리 여행 비수기라 하지만 가게에 사람이 많지 않다. 따뜻한 국물이나 수프를 먹고 싶어서 적당한 식당을 찾아보았는데 잘 안 보여서 한참 걸었다. 마침 일본 라멘 집을 하나 발견했는데 가격이 좀 비싼 듯했다. 그래도 더는 아이를 고생시킬 수 없어 들어갔다.


가게에 들어서자 주방에서 일하면서 대화를 주고받는 활달한 직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인이었다. 아이는 행복해하며 충분히 음식을 먹었고, 한국인 직원의 도움으로 고기와 햄을 살 수 있는 시장도 소개받았다.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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