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벡은 아름다운 도시다. 덕분에 오늘은 일출과 일몰, 야경을 모두 즐겼다. 여행 와서 이 세 가지를 즐겼던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 오후 이곳에 도착한 이래 쭉 숙소에 머물기만 했던 우리는 다음날 새벽에 일어나 외출 준비를 했다. 여전히 재인이는 일어나기 힘들어했지만, 아이의 시차 적응을 위해서라도 언제까지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전날 씻지도 못하고 누워버린 탓에 우선 샤워를 했다. 캐나다 날씨가 매서워 씻는 것도 두려울 때가 있었지만 우리 둘 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퀘벡은 자그마한 도시다. 모든 관광 지점이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다. 예쁜 숙소와 식당들이 단 몇 개의 거리 위에 오밀조밀 붙어있다. 다만 아브라함 평원까지는 20분 걸어야 한다. 일출 시각이 7시 반쯤 떠서 삼십 분 전에 도착을 목적으로 길을 나섰다.
우리가 잠든 사이 비가 내렸고 날이 쌀쌀했다. 재인이는 잠이 깨지 않아 조금 힘들어했고, 한랭 알레르기 때문에 간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 온 뒤 갠 날이라 그런지 단풍은 절정에 이른 듯했다. 굳이 이 추운 시기를 골라 캐나다로 와서 보고 싶었던 그 색채를 이제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몬트리올은 나름 대도시여서 그런지 혹은 아직 비가 오기 전이라 그런지 단풍이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었다. 평원에 이르자 하늘은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멀리 샤토 프롱트낙의 민트색 지붕이 보였다.
좀 더 해가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했다. 캐나다의 너른 지형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밀조밀한 건물들이 바둑알처럼 배치되어 있고 그 외에는 초록, 빨강, 노랑의 나무들이 빼곡하게 차있었다. 저 멀리 강과 산이 에메랄드 빛 띠를 두르고 있다. 비 온 뒤 갠 하늘은 맑았고 적당히 낀 구름도 맑았다. 구름 뒤로 레몬 빛 해가 떠 올랐다. 그 풍경을 보며 자연에서 만끽할 수 있는 최상의 색채라고 생각했다.
일출을 보고 난 뒤 재인이는 몸이 좀 풀린 모양이다. 까불까불 장난을 건다.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조금 수월하기도 했다. 나는 요즘 새벽 한두 시면 잠에서 깨지만 재인이 따라 많이 쉬고 있는 터라 딱히 피곤한 줄은 몰랐다. 다만 축축한 땅을 오래 밟았더니 발이 좀 시렸다.
우리는 곧장 숙소 근처의 <La Buche(라 부쉬)>라는 식당을 찾았다. 여덟 시 오픈이니 바로 가면 딱이었다. 줄 서는 식당이라 그런지 오픈하자마자였는데도 식당 한구석이 가득 찼고, 식사를 하는 동안은 대기줄이 생겼다. 밥값이 워낙 비싼 곳이니 메뉴판을 꼼꼼히 읽어 우리에게 알맞은 양을 시키기로 한다. 프렌치토스트에 사과 페이스트, 메이플 시럽을 듬뿍 얹은 빵, 그린 샐러드, 커피, 사과주스를 시켰다. 팁까지 해서 6만 원이 나왔다. 커피는 한 잔 추가 주문했는데 요금을 더 받지는 않았다. 허기진 배에 당이 가득 차올라 속이 따뜻하고 든든해졌다. 오래간만에 먹어보는 잎채소도 만족스러웠다. 시장에서도 잎채소를 거의 보지 못했으니, 이곳에서는 분명 귀한 식재료일 것이다. 무엇보다 커피가 맛있었다.
2025. 10.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