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의 별난 분위기

by 정윤희

우리가 묵고 있는 클링크노르트라는 호스텔은 좀 별난 곳이다. 대학 기숙사처럼 분위기가 산뜻하고 발랄하다. 공용 카페와 주방, 세탁시설이 있어 언제든 넓은 공간을 즐길 수 있고, 빠른 템포의 듣기 좋은 음악이 늘 흘러나온다. 저녁 시간에는 DJ가 분위기를 띄우고 그 앞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기도 한다.


첫날에는 주로 혼자인 남자 투숙객만이 군데군데 앉아있었다. 남자들이, 남자들끼리 있으면 분위기가 정말 음침하고 싫다고 했던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이제야 확 이해됐다. 다들 고개를 떨구고 앉아있었고 누군가는 술을 너무 많이 마셨는지 맥주잔을 깨뜨렸다. 아이나 나이 드신 부모를 데리고 이곳에 왔다는 블로거들의 후기를 믿고 예약한 곳인데, 처음에는 정말로 아이를 데리고 와도 되는 곳이 맞나 의심이 들기도 했다.


사실 그러한 의심은 암스테르담 거리를 다니는 내내 들었다. 주변에 아이가 있든지 없든지 사람들은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대고 미라화나 냄새도 자주 맡아야만 했다. 재인이가 따뜻한 면 요리를 먹고 싶어 해 차이나타운 거리를 걸었는데 거기에는 특히 관광객이 많이 몰려 있었다. 성인용품 파는 가게도 즐비했다. 홍등가는 지도를 보고 피해 다닐 수 있었는데, 성인용품 가게는 그러기엔 너무 곳곳에 위치해 있었다.


"엄마 눈을 어디에다 둬야 할지 모르겠어."

"괜찮아, 그냥 어른들이 살고 있는 세계야."

"힝.. 나는 어른 안될래."


오전에 미술관에서 경험했던 정갈하고 깔끔한 분위기와는 정반대의 거리의 모습이다. 다행히 어느 거리에나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다. 아이들이 학교를 안 가고 왜 이렇게 많이 외출을 하나 싶어 검색해 보니 네덜란드의 초등학교는 매주 수요일 학교 단체 체험 수업이나 부모와의 견학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휴가를 쓰는 것도 자유롭다고 한다. 재인이가 엄청 부러워한다.


"이래서 네덜란드 아이들이 세계에서 제일 행복하다고 하는구나."


어린이 행복지수 최하위권 나라 출신인 재인이는 어린이 행복지수 세계 1위인 나라에 와서 연신 뭔가를 부러워한다. 게다가 이 나라 아이들은 자기보다 다 예쁘고 잘생겼다고 한다. 그렇게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성장해서인지 네덜란드 사람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다정했다. 외국인을 향해 긴장하거나 경계하는 시선을 보내지도 않았고, 상점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놓칠지도 모르는 부분을 먼저 챙겨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들의 미소는 꽤나 자연스러웠다. 자전거가 쌩쌩 달려 여러 번 깜짝 놀라긴 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자전거를 사이클 선수처럼 탄다.


저녁거리를 사가지고 숙소에 들어오니 오늘은 단체 관람객이 머무는 날인가 보다. 로비에 사람들이 꽉 차있다.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니 전날 보다 분위기가 신난다. DJ가 능숙하게 손을 움직이며 웨이브를 탄다. 우리는 사가지고 온 것들을 테이블 위에 펼친 뒤 오래간만에 맛보는 신선한 과일을 한가득 입에 넣었다. 과일도 맛있었고 음악도 즐거웠다. 식당에는 당구장과 게임기가 여러 대 놓여있었다. 오토바이 게임을 하고 싶어 하기에 시켜주러 갔더니 컨택트리스 카드만 결제가 가능했다. 한국 가면 한 번 태워줘야겠다.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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