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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Sep 16. 2020

부모가 자식 노후 걱정

유병장수

60세가 넘어가면 타고난 건강체가 아니면 대부분 한 두 가지 약은 먹으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특히 혈압약의 경우는 비타민아닌데 한 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을 먹으면서 혈압을 조절해야 한다니 절망스럽다.

대충 먹다가 끊으면 혈압이 조절이 안 돼서 뇌졸중이나 다른 무서운 병이 온다니 혈압을 담보로 꼼짝없이 죽을 때까지 약의 노예가 되어야 한다.

대체의학 쪽에서는 생활습관을 고치면 혈압약을 끊을 수 있다고 단언하면서  이런저런 처방을 내놓지만 그것도 도움은 되겠지만 글쎄. 한 번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다가 끊었을 때의 가상 시나리오는 전신마비가 되어 다른 사람의 신세를 져야 하는 장면이다. 머리는 풀어헤쳐서 산발을 하고 기저귀와 차가운 쇠 쟁반에 놓인 유동식.

그래서 나도 콩 집어 먹는 새처럼 그냥 혈압약을 꾸준히 먹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한국에 와서 홍보한 기사들을 보면 진짜 헷갈린다.  혈압이 높은데 혈압약을 안 먹어서 생기는 부작용이 약을 먹고 생기는 부작용보다 훨씬 많다고 엄포를 놓으니 겁이 덜컥 나는 것이 사실이다. 계~속 죽울 때까지 먹지 않고 배길 재간이 없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동네 내과에서 자기 나이에다 90을 더한 것이 정상 혈압이라고 해서 60세에는 최고 혈압이 150이 되어도 괜찮다고 했었는데.

요새는 어찌 된 셈인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120에 80이 정상이라고 우기니 할 말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 혈관도 노화됨에 따라서 혈압이 변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120에 80만 넘어가면 몇 개월 두고 보다가  안 내려가면 그때부터는 약 먹기가 시작이 된다. 환자는 제약사를 못 미더워서 째려보고 제약사는 이래도 안 먹을래 하면서 도끼눈을 뜬다. 새로 개발한 약을 많이 복용해 보아만 효능도 확실히 알고 많이 팔려야 돈을 만들어서 신약 개발비용도 뽑을 수 있겠지.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코로나 백신을 개발을 위해서 너도 나도 기꺼이 임상에 몸을 던져야 할 텐데. 결국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픈 사람들이 즐겁게 약을 복용해 주어야만 병도 낫고 질병 없는 세상을 향해서 발전할 수 있다? 없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오래전에 동양의학이 우세했지만 전염병이 돌 때에 서양의학이 바이러스를 죽여서 전염병의 확산을 막고 인명을 구한 이래로 동양의학의 세력이 힘을 못 쓰고 약화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고 불치병으로 죽어가야 했던 많은 환자들이 이제는 완치되어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단, 균들이 점점 강해져서 웬만한 약에는 끄떡없다는 것이 문제. 다 같이 강해지고 질겨지고 있으므로.

그러다 보니 예방차원에서 건강에 대한 지대한 관심 때문에 쏟아져 나오는 건강 곡물, 건강 주스, 건강제품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건강이 오히려 해로울 지경이다. 과일과 야채의 배합에 따라 별별  주스가 다 선 보이고 있다. 다이어트와 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욕심의 수호자가 된 사람들.

어떤 해독 주스들은 몸의 독소를 제거해서 피부를 탱탱하게, 몸을 활력 있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잘못하면 해와 독이 된다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될까?

인간의 수명이 이제는 늘어나서 80세는 거뜬히 살고 100세를 향하는 고령시대로 들어섰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장수가 축복까지는 아니라도 의학의 발전으로 늘어난 수명에 경의를 표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빈곤한 노후와 죽지 못해서 사는 병에 걸린 노인은  비참한 노년의 아이콘이 되었다.


죽을 둥 살 둥 고생해서 마련한 집 한 채를 아들이 사업한다고 대출해 달라고 와서 조르니 어느 부모가 거절할 수 있으랴. 줄이고 줄여서 빈한한 생활을 하는 노인들. 부모 등에 올라타고 사업을 하다가 얼마 안 가서 다 까먹고 가족은 해체가 되고 다시 부모 집으로 와서 얹혀사는 자식과 함께 살아가는 부모들도 많다.  그래도 자식이 안쓰러워서 손마디가 저려서 잘 쓰지도 못 하는 손으로 밥을 해서 먹이는 늙은 어머니.

딸의 경우, 직업이 있고 가임기(요즘은 35세)가 넘으면 아예 결혼할 생각을 안 한다고. 친구는 41세 딸이 아이 낳을 것도 아니고 뭐 하러 결혼을 하냐고 따지듯이 묻는다고 가슴에 돌덩어리를 안고 산다고 한다.

 재력이 빵빵한 부모는 자신의 노후가 아닌, 딸의 노후를 위해서 상가를 사 줬다나? 월세가 무려 600만 원이 나온다니 입이 딱 벌어진다. 부모가 유아원에 출퇴근하는 딸을 위해서 캐나다 동부는 겨울에 추우니 출퇴근하라고 츠 사줘, 요리 솜씨 좋은 엄마가 그림 같은 도시락 싸줘, 맘에 안 드는 사람과 억지로결혼을 할 이유가 없을 테지만. 그래도 엄마 마음은 딸이 결혼을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란다.

결혼을 안 하면 부모 죽고 어떻게 혼자 외롭게 사나 하고, 결혼하면 혹시 만에 하나  진상 사돈과 엮일까 봐 걱정이라네.

 실제로 여기 사는 친구 중의 하나는 딸이 한국에서 일을 하는데 소개팅을 했던 남자의 부모가 '친정엄마가 캐나다에 있어서 아기를 낳으면 애도 못 봐줘서 곤란하다'라고 해서 여기서는 곤란한 정도를 넘어서 황당해했는데 결국 맺어지진 않았다고.

부모찬스 없으면 애도 못 키우는 세상인가.

<누가 나를 키워 줄까 고민하던 첫째 손자>



부모가 자녀 노후 걱정을  해야 하는 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누구나 기를 쓰고 오래 살려고 하지만 생명만큼은 인간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 않는가.

운동으로 단련된 건강체도 하루아침에 쓰러지고 칼로리를 따져가며 음식을 가려먹는 까다로운 건강 마니아들도 앰뷸런스에 실려가는 도중에 숨을 거두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먹고 자라는 경쟁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 남의 말에 팔랑귀가 되고 원망과 불평이 만들어 낸 불안, 두려움 등은 누구나 다 느끼는 감정이다. 게다가 의도치 않은 사고와 외부 환경으로 인해 인생이 뒤집어지는 경험 등을 통해서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  내가 힘들어서 쩔쩔매는 일들이 산적했는데 평안을 찾으라고?

남의 이야기는 쉽게 하지만 사람은 자기가 경험해본 것만 알다가 가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왜 사람들은 불행은 운명이라고 하고 행복은 행운이라고 하는지 나 자신에게 물어보곤 한다. 그만큼 변화무쌍한 삶을 정신을 못 차리고 살다 보면 어느새 환갑이 되고 노년을 향해 치달을 때 손에 잡히는 것은 술술 빠지는 머리카락뿐이다. 애틋함도 미움도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고 쭈글쭈글하고 힘줄이 불거지고 약해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부자들은 자신이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는 것을 모를까 봐 치매에 걸리는 것을 제일 두려워한다고. 또한 벌어 놓은 돈을 두고 가기 싫어서 오래 살려고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그동안 고생했는데 늙어서는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래 살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자녀들은 부자 부모는 돈을 물려주고 빨리 가시고 가난하고 병든 부모는 나 살기도 힘들어서 치다꺼리하기 힘드니 빨리 가시면 한다는데 사실이면 진짜 서글프다.

아무리 건강에 신경을 써도 부자나 가난한 자나 때가 되면 다 간다.

그러나 죽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무병장수한다는 것은 더 어렵고.


혈압약 하나에도 질질 끌려가고 다이어트에 목을 매면서 건강, 건강하다 보니 건강이라는 말 자체가 스트레스이다. 그런데 코로나는 언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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