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는 원래 섬이었다. 바다를 메우고 메워 육지에 붙어 있지만, 지명 그대로 섬 출생이다.
나는 오늘도 전철을 타고 섬에 입도한다. 장정 70킬로 길을 따라 사람 숲과 빌딩 숲을 헤치고 나아가면 선착장 내 매표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땅에 닿을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섬에 입도했을 때의 짜릿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섬 깊숙이 자리잡은, 빛이 들어오지 않고 인공 조명만이 나를 감싼 그 곳에서 나는 잠겨 죽은 듯 지내야하는 현실에 기분이 울적해지곤 했다.
섬에서 나는 책을 판다. 그런데 껍데기만 유지한 채 겨우 버티는 현실이다. 스피커는 책의 분위기와 맞지 않게 울려댔고 사람들은 사진으로 이 곳에 왔다는 인증만 하고선 떠나가곤 했다.
이 쓰라림을 3주 넘게 안다 자책을 했다 이내 체념을 했다. ‘그래 갈 대로 가라지.’ 일을 하면서 어떤 보람도 찾을 수 없음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라도 떠날 준비를 해야겠지.
점심을 먹고 밖을 나왔다. 환한 햇빛과 따뜻한 공기가 나를 와락 안았다. 횡단보도 건너 아파트 단지가 하나 보인다. 나무에 목련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부산은 이미 활짝 만개해서 봄을 만끽하고 있지만, 서울은 늦바람을 타고 천천히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며 자라는 꽃봉오리를 보며 속으로 되네었다.
‘언젠간 너도 피울거야.’ 추운 겨울과 혹독한 나날들을 견뎌내는 일은 모든 생명체가 겪는 과정이로구나 싶었다. 나는 자라서 언젠간 햇빛을 오롯이 받다가도 때론 내리는 빗줄기에 고개를 툭 떨구다가 바람이 세차게 불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리며 나는 살아가겠지.
잘 견뎌내기 위해 나는 튕겨지지 않아야했다.
지금의 일은 이미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미련과 기대를 툭 떨궈냈다. 서점으로써 기능을 잃고 능력조차 발휘할 수 없는 현실이 한파처럼 쓰라리고 무력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책을 사가는 손님들이 조금이라도 있으니까
내가 직접 진열한 책을 저자의 지인들이 사진을 찍어 인증샷을 보내주는 광경을 목격했으니까 조금씩 견뎌 아니 버티고는 있지만 나는 무엇을 해나가야할 지 방법도 방향도 논의할 사람이 없어 외로웠다. 무엇보다 혼자서 어떻게 할 지 손쓸 방도도 용기도 없었다.
퇴근 후, 매장 내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지나가는 직원들을 보며 마음으로 펑펑 울었다. 사사로운 수다가 그립기만 했다.